“성평등은 제로섬 아냐… 남성 불이익 문제도 해결책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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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후보자는 18일 서울 서대문구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사무실로 첫 출근하며 기자들과 만나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 처벌이 불가능한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며 형법상 강간죄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원 후보자는 이어 "성폭력 판단 기준을 기본권 차원에서 재정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행 형법상 강간죄는 '폭행·협박으로 항거가 곤란한 상태'를 전제로 성립하도록 규정돼 있어, 동의 없는 성관계라도 폭행·협박 입증이 어렵다면 처벌이 불가능하다. 피해자의 진술과 상황보다 물리적 저항 여부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는' 사각지대를 만든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따라 유럽 일부 국가처럼 '동의 여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원 후보자는 교제폭력, 디지털 성폭력, 성매매 등 젠더 폭력 대응도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동시에 여성 경제활동 참여 확대, 노동시장에서의 성차별 해소 등도 주요 정책 방향으로 제시했다. 원 후보자는 "성평등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며 군 복무 등에서의 남성 불이익 문제도 해결 방안을 찾겠다고 했다.
여가부의 위상 강화 문제도 강조했다. 원 후보자는 "지난 정부의 여가부 폐지 논란과 장기간 장관 부재로 정책이 위축되고 동력이 약화된 것이 안타깝다"며 "여가부를 안정시키는 동시에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강화해 정책 총괄·조정 기능을 높이고, 힘 있는 성평등 거버넌스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사회적 갈등이 큰 차별금지법 문제에 대해서도 원론적인 필요성을 인정하며 신중한 접근 태도를 드러냈다. 원 후보자는 "차별금지법은 차별 대응과 사회적 약자 인권 보장을 위한 구제수단이라는 점에서 필요성과 의미가 크다"면서도 "이해관계가 다른 만큼 공론의 장을 통해 충분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성평등가족부 확대, 강간죄 개정, 차별금지법 제정 등 민감한 사안은 정치권에서 첨예한 대립을 불러올 수 있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도 원 후보자의 발언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원 후보자는 여성·가족법 분야에서 활동하며 여성과 아동 인권 문제에 전문성을 쌓아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1년부터 법무법인 자하연 변호사로 일했으며, 민변 여성인권위원장, 한국여성의전화 이사, 한국성폭력상담소 자문위원 등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