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문제로 미국과 갈등…중국과 관계 개선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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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통신에 따르면 전날 인도에 도착한 왕이 부장은 모디 총리를 비롯해 아지트 도발 국가안보보좌관 등 인도 정부 고위 인사들과 만나 히말라야 국경 문제, 국경 지역 병력 감축, 일부 교역 재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양국 간 접촉은 최근 미국과 인도의 갈등 국면 속에서 이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인도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해 인도를 압박했다. 이로 인해 그동안 중국의 팽창을 견제한다는 공통의 목표 아래 긴밀히 협력해 온 양국 관계가 흔들리고 있다. 인도는 미국, 일본, 호주와 함께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의 일원이다.
인도와 중국은 2020년 라다크 지역에서 발생한 국경 충돌 이후 긴장이 고조됐다. 양측은 대규모 병력을 국경에 배치했고, 무역·외교·항공 교류도 위축됐다. 다만 지난해 일부 국경 지역에서 병력을 철수하고 합동 순찰을 재개하는 등 제한적 합의를 이룬 바 있다.
최근 들어 고위급 교류가 늘면서 △비자 규제 완화 △직항 노선 복원 논의 △인도 성지 순례단의 티베트 방문 허용 등 관계 복원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란디르 자이스왈 인도 외교부 대변인은 양국이 3개 국경 교역로 재개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아직 관계 정상화 단계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본다.
뉴델리의 싱크탱크 옵저버 리서치 파운데이션의 마노즈 조시는 "국경 문제를 풀려면 최고위 지도자의 정치적 타협이 필요하다"며 "양측이 여전히 국경 문제를 두고 입장차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왕이 부장의 인도 방문을 계기로 양국이 차이를 제대로 관리하고 관계를 안정적이고 건설적으로 발전시키길 바란다"고 밝혔다.
양국 관계 개선의 물꼬는 지난해 10월 러시아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중·러 주도 신흥국 협의체) 정상회의에서 모디 총리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 이후 처음으로 대면하면서 트였다. 지난달에는 인도 외교장관이 2020년 이후 처음으로 베이징을 찾았다. 모디 총리는 이달 말 중국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으로, 이는 7년 만의 방중이다.
중국과 인도의 접근은 미국과의 무역갈등, 그리고 파키스탄 변수가 겹치며 가속했다. 미국은 인도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지난 7일에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이유로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며 인도에 총 50%의 관세폭탄을 투하했다.
인도는 이에 굴하지 않고 오히려 러시아와의 경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파키스탄과 밀착하는 것도 인도가 중국과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을 백악관에 초청해 오찬을 함께했으며, 이후 파키스탄과 공동 석유개발 협정을 체결했다.
인도 북부군사령관을 지낸 후다 예비역 중장은 "중국은 파키스탄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으며, 현실적으로 중국이 파키스탄 지원을 자제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며 "인도는 두 적대적인 이웃을 동시에 상대할 여유가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