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아체 평화협정 20년…총성은 멎었지만 희미한 번영의 희망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819010008918

글자크기

닫기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5. 08. 19. 15:40

INDONESIA ECONOMY <YONHAP NO-2406> (EPA)
지난 5일 인도네시아 아체주의 주도인 반다아체의 한 전통시장에서 한 노동자가 트럭에서 상자에 담긴 음식을 내리고 있다/EPA 연합뉴스
분리주의 세력과 중앙 정부 사이에서 30년간 이어진 잔혹한 갈등 끝에 체결된 인도네시아 아체 협정이 체결 20주년을 맞았다. 채널뉴스아시아(CNA)는 19일(현지시간) 평화협정 체결 이후 총성은 멎었지만 지켜지지 않은 약속들로 인한 좌절감과 빈곤으로 가득찼다고 보도했다.

인도네시아 아체주에서는 1976년부터 2005년까지 아체자유운동(GAM) 분리주의 반군과 정부군 사이의 내전이 벌어지며 1만5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평화의 계기가 된 것은 2004년 아시아를 덮친 대형 쓰나미였다. 극심한 쓰나미 후유증을 겪은 아체 지역에선 결국 GAM이 무장 해제에 동의하고 전면적 독립 요구를 포기하고 정부와 협상에 나섰다. 2005년 헬싱키 평화협정을 통해 아체는 '아체특별자치구'로 지정됐고 특별자치권을 부여받았다. 이후 지방선거가 실시되며 GAM 세력이 주지사로 당선됐다.

평화협정 체결 20주년이 지났지만 아체가 기대했던 밝은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무자키르 마나프 아체 주지사는 "헬싱키 협정의 약속 중 단 30%만이 이행됐다"며 중앙정부의 무관심을 비판했다.

과거 GAM의 군사령관이었던 그는 "중앙정부가 진지하게 행동하지 않는다면 아체의 어두운 과거가 되풀이될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아체는 깃발·문장·찬송가 등 지역 상징을 사용할 권리와 그 인정 여부를 놓고 중앙정부와 여전히 갈등을 겪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경제다. 풍부한 천연가스 매장량 등 막대한 자원의 보고로 꼽히는 아체는 이인도네시아에서 가장 가난한 지방 중 하나로 꼽힌다. CNA는 세수입이 상당 부분이 중앙 정부로 흘러 들어 가면서 아체 주민들이 경제적 불평등을 느끼고 있고, 이것이 GAM의 지지 기반이 됐다고 짚었다. 아체는 중앙정부로부터 67억달러(약 9조 3163억원)에 달하는 특별자치기금을 지원받았지만 2027년에 만료되는 이 기금이 계속 연장될지는 미지수다.

시민단체들은 이것이 돈의 문제가 아니라 '관리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아체 투명성 협회의 활동가인 알피안은 "우리는 방향을 잃었다. 수십억 달러가 지원됐는데 무엇을 했는가? 우리(아체)에겐 로드맵이 없다다"이 부패와 잘못된 자금 운용을 꼬집었다.

정치 지형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과거 GAM출신들이 설립한 아체당이 독점하고 있지만 최근 전국 정당인 인도네시아 투쟁민주당이 의석 확보에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이것이 "민주주의가 성숙해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짚었다.

특히 분쟁을 직접 겪지 않은 젊은 세대들은 과거의 역사보다 지도자의 능력과 성과를 더 중시하기 시작했다. 한 20대 아체 주민은 "누가 아체를 이끌 자격이 있는지가 중요하다. 꼭 GAM 출신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 5월 기준 아체의 실업률은 5.5%로 전국 평균 실업률 4.76%보다 높다. 아체에는 여전히 빈곤에 시달리는 주민들이 많다. 2027년 중앙정부의 특별기금지원이 종료되는 가운데 아체는 기금 연장을 위한 중앙정부와의 협상과 지속 가능한 경제 발전을 위한 로드맵 마련이란 중대한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