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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 너무한 네오플 노조...유저 외침엔 ‘나몰라라’, 고사상 앞에선 ‘비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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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휘권 게임담당 기자

승인 : 2025. 08. 21. 17:28

/독자제공
네오플 노조의 파업이 두 달째 이어지면서 점차 명분을 잃어가고 있다. 개발자들의 이기적 행태를 비판하는 유저들의 실망감은 커져가는 반면, 노조는 이용자 피해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에는 노조가 넥슨컴퓨터박물관 인근에서 고사를 지내는 장면까지 포착되면서 일반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지난 19일 진행된 3차 노사교섭에서도 양측의 입장차만 확인된 채 결론 없이 종료됐다.

주목할 점은 노조 요구사항의 급격한 변화다. 노조는 이번 교섭에서 '중국 모바일 던전앤파이터(CMDF)' 신규 개발 성과급(GI) 지급률을 기존 20%에서 30%로 올려달라던 요구를 철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CMDF GI는 해당 프로젝트 개발팀에만 한정된 성과급이다. 그럼에도 노조는 이를 30%로 올려달라며 전사 차원의 총파업을 이끌어낸 바 있다. 그런데 돌연 이 요구를 접고 전 직원 대상 PS 제도만 고집하면서, 파업의 핵심 명분을 스스로 뒤집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업의 정당성과 일관성에 근본적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현재 노조가 고수하고 있는 핵심 쟁점은 수익배분금(PS) 제도 도입이다. 영업이익의 2%를 전 직원에게 균등 분배하자는 것이 골자다.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대안으로 1인당 2000만 원의 격려금을 요구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파업에 따른 급여 손실 보전 의미까지 포함돼 있다. 사실상 "파업해서 못 받은 월급도 회사가 보상하라"는 뜻이다.

사측은 PS 요구가 기존 보상 체계와 중복된다며 수용 불가 원칙을 분명히 했다. GI와 KI(라이브 서비스 성과급)에 이익 분배 개념이 이미 포함돼 있다는 설명이다. 파업 손실까지 회사가 보전하라는 요구에도 "원칙상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31일 네오플 임단협 승리를 위한 전면파업선포 승리결의대회 /김휘권 기자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회사가 '성과 기반 보상'과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재차 강조하자, 일부 조합원들의 파업 동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노조가 전면 파업을 지속하고 있음에도 네오플의 실제 출근율은 지난 20일 기준 60%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사측은 해결책 모색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목표달성형 스팟 보너스' 제도에 대해 유연한 검토 의사를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제도는 2020년과 2023년 실적을 토대로 설정된 현실적 목표를 기준으로, 기존 성과급 체계와도 정합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합리적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노조 측은 과거 논의 과정에서 이미 입장을 정리한 사안이라며 현시점에서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관련 협상이 단기간 내 진전을 이루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네오플 제주 /김휘권 기자
노조의 이 같은 강경 자세가 설득력을 잃고 있는 이유는 네오플이 이미 업계 최고 수준을 넘어선 보상 체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네오플 직원 1인당 평균 임금은 약 2억1963만 원으로, 국내 평균 근로소득자(4332만 원)의 5배가 넘는다.

올해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중국 흥행만으로 지급된 성과급 총액은 무려 1600억 원에 달한다. 지난 2월과 7월에 각각 1000억 원, 600억 원이 지급됐으며, 일부 고성과자는 연봉의 300%를 넘는 보너스를 받았다.

중국 출시 이전에도 별도 보너스로 약 300억 원이 지급됐으며, PC '던전앤파이터' 조직 역시 매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20% 증가한 성과급을 받았다. 전체 성과급 규모는 2000억 원에 달한다.

근무 환경 역시 업계 최고 수준이다. 2019년 업계 최초로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고 1분 단위 초과근로수당이 지급되고 있으며, 전 직원의 일평균 초과근로 시간은 44분에 불과하다. 제주 근무자에게는 사택 외에도 최대 3억 원의 대출이나 연 1400만 원의 임대료를 지원하는 혜택도 제공한다.

이런 파격적 대우에도 노조는 사측이 제시한 다른 모든 개선안을 거부하고 있다. 임금인상 재원 400만 원, 복지포인트 연간 110만 원, 식단가 1만 원 인상 등 제안에도 "PS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일괄 거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독자제공
결국 최대 피해자는 20년간 게임을 지지해온 이용자들이 되고 있다. 파업으로 20주년 기념행사가 전면 취소됐고 정기 콘텐츠 업데이트는 중단됐으며,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의 매출 순위는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20년간 사랑했던 게임이 이렇게 될 줄 몰랐다", "개발자들이 유저보다 자기들 이익만 생각하는 것 같다", "이용자를 무시하는 파업에 불매 운동을 고려하겠다" 등 실망감이 확산되고 있다. 게임 서비스 품질 저하와 콘텐츠 공급 중단으로 충성도 높은 이용자들마저 등을 돌리기 시작한 것.

노조의 파업 행태에 대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최근 노조가 넥슨컴퓨터박물관 주변에서 고사를 지내는 모습이 목격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직장인 커뮤니티에서는 한 이용자가 "휴가 내고 아이들과 박물관을 방문했는데 인근에서 고사를 지내는 장면을 목격했다"며 "게임을 망하게 해달라는 고사인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제주도에 거주하는 강모(44)씨 역시 "아이와 함께 넥슨컴퓨터박물관을 방문하려고 했는데 이런 상황이면 가기가 꺼려진다"며 "가족 나들이 장소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주말마다 가족 단위 방문객이 몰리는 박물관 주변에서 고사를 지내는 모습이 연출되면서 일반 시민들의 불편함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처럼 네오플 노조의 파업은 파업 명분이 됐던 던파 모바일 성과급 상향 요구는 철회하면서도 PS 제도는 여전히 고집하는 등 일관성 없는 입장 변화로 노조 내부 분열과 혼란을 드러내고 있다. 장기화되는 파업으로 던파 이용자들의 게임 서비스 이용에 차질이 빚어지는 동시에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불편함을 가중시키고 있는 형국이다.

오는 9월 4일 재개될 교섭에서 돌파구가 마련될지는 미지수다. 다만 현재의 행보는 파업의 정당성과 효과성에 대한 의문을 더욱 키우고 있다.
김휘권 게임담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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