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팬덤 향한 '설계된 무대', 산업·문화가 만난 K-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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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트와이스는 인천에서 개막한 월드투어 '디스 이즈 포'에서 360도 중앙 무대를 도입했다. JYP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교량형 플랫폼·공중 리프트·다면 스크린 등으로 구성된 무대는 사방 관객석을 고려해 설계됐는데, 글로벌 무대 연출 전문 그룹인 모먼트 팩토리가 제작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몰입을 극대화한 무대 시스템은 호주와 미국 등 이후 공연에서도 동일하게 운영될 계획이다.
이처럼 관객의 시야와 동선을 입체적으로 고려한 무대 구성은 점차 K-팝 공연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360도 무대 구조는 K-팝 공연에서 더 이상 새로운 시도가 아니다. 지난해 4월 데이식스는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3일간 360도 개방형 콘서트를 열었고 3만3000석 모두 매진을 기록했다. 샤이니 태민도 2023~2024년 솔로 투어에서 회전형 무대를 도입해 무대 위에서 물리적 회전을 활용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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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실황 콘텐츠의 유통 경로 역시 다변화되고 있다. 블랙핑크는 2024년 7월 월드투어 실황을 담은 영화 '본 핑크'를 CGV를 포함한 전 세계 110여 개국 극장에서 동시 개봉했다. 해당 작품은 ScreenX·4DX·ULTRA 4DX 등 몰입형 포맷으로 상영돼 실제 공연장에 있는 듯한 현장감을 전달했다. 이처럼 실황 콘텐츠는 OTT 중심의 유통을 뛰어넘어 극장 플랫폼으로까지 외연을 넓히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K-팝 공연이 '관람'의 단계를 넘어 관객이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경험' 중심 산업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연장의 구조부터 기술 접목·콘텐츠 유통까지 전 과정이 글로벌 기준에 맞춰 정교하게 기획되며 공연장은 이제 실시간으로 감각과 메시지를 공유하는 몰입형 브랜드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공연장이 곧 세계와 연결되는 창구가 된 지금 무대를 어떻게 설계하느냐는 곧 K-팝의 경쟁력을 어떻게 입증하느냐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
박송아 대중문화평론가는 "무대가 재현 가능한 시스템으로 표준화될 때 콘텐츠는 산업으로서 수출될 수 있다"며 "공연이 도시·팬덤·문화를 유기적으로 연결할 때 비로소 문화로서 자리매김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K-팝 공연의 진정한 경쟁력은 화려한 기술이 아닌 세계와 어떻게 연결되는 경험을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