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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점심 1시간’ 근무기강 고삐 쥔 증권사들, 효과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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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민 기자

승인 : 2025. 09. 07. 18:13

증명사진
올해 초 은행계 증권사들 중심으로 근무기강을 잡기 위해 시행됐던 '점심시간 1시간' 규제에 대한 임직원들의 볼멘소리가 여전히 여의도 증권가를 맴돌고 있습니다.

앞서 신한지주가 전 계열사 직원들에게 이 같은 지침을 가장 먼저 내렸는데요. 작년 말 신한투자증권에서 발생한 금융 사고와 더불어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컸던 상황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됩니다

신한지주로부터 시작된 이 같은 기조는 은행계 증권사 전반으로 확대됐습니다. KB증권과 하나증권 임직원들도 점심시간 1시간을 엄격히 지키라는 경고장(?)을 받은 건데요. 제대로 지키지 않을 경우, 감봉·정직 등 징계조치까지 취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이런 변화는 은행계가 아닌 증권사에도 나타났습니다. 교보증권이 대표적이죠. 올해부터 점심시간 1시간 규제가 강화됐고, 이를 넘길 시 사전에 보고하거나 관련 사유 등을 직접 기재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당시 관련 증권사 임직원들 사이에선 조직 방침에 공감은 하면서도 조직 문화가 크게 경직될 수 있다는 우려감을 표출했는데요. 이러한 조치들이 회사 성장에 기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심하는 분위기였죠.

그렇다면 하반기에 들어선 지금, 변화를 꾀했던 증권사들은 성과를 거뒀을까요. 올해 상반기 기준 실적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모두 성장을 시현했습니다. 순이익만 봤을 때는, 어느 정도 효과를 봤다고 해석해볼 수도 있는데요.

다만 다수의 증권사 임직원들은 "전혀 상관관계가 없다"고 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올해 주식시장이 호황을 맞고 있는 점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겁니다. 즉 점심시간 규제로 근무기강을 확립한 덕분에 실적이 좋아졌다는 논리는 어불성설이라는 거죠.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개인 투자자나 법인 등을 대상으로 직접 영업을 하는 직원들 입장에선 신경쓸 게 더 늘어났다는 설명인데요. 자율성이 담보될 때, 성과를 보다 키울 수 있는 직군에겐 독이 된 셈입니다.

일각에선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들이 이번 점심시간 지침과 실적 간 연계성을 토대로 규제를 더 엄격하게 하는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점심시간 제한 규제로 금융사고를 막고 내부통제를 강화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얘깁니다. 업무기강을 바로잡는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과도한 통제가 성장을 이끈다는 고루한 사고방식은 다시 고민해볼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김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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