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3조 물류 절감·친환경 선박 시너지
성사땐 공급망·캐시카우 확보 기대감
수조원 자금부담, 재진출 최우선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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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포스코그룹 계열사 포스코퓨처엠의 상반기 이차전지 소재 매출액은 82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40% 감소했다. 이차전지 소재는 그룹이 주력하는 미래 먹거리지만,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영향으로 실적이 고전하고 있다. 그룹 대표 사업인 철강 역시 올해부터 미국발 50% 품목 관세로 타격이 예상된다. 두 핵심사업이 모두 흔들리자, 포스코 그룹은 실적을 떠받칠 신사업 발굴에 매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포스코그룹은 최근 HMM 인수 검토 사실을 공식화했다. 현실화한다면, 1995년 포항제철 시절 '거양해운'을 매각한 이후 약 30년 만의 해운업 재진출이다. 과거 포스코그룹은 HMM인수 유력 후보로 거론될 때마다 "사업 방향성이 다르다"며 선을 그었지만, 최근 상황은 달라졌다.
우선 전쟁 등으로 해운업황 변동성이 커지면서, 포스코 그룹은 공급망 안정화가 절실하다. 포스코 그룹은 국내 해운 물동량의 약 10%를 차지할 만큼 해운 의존도가 높고, 주력 사업인 철강·이차전지 소재 모두 막대한 원자재 수입이 필요하다. 마침 HMM도 매출이 안정적인 원자재 운반선(벌크선) 사업을 키우고 있으며, 올해부터 13척의 벌크선을 순차적으로 확보할 예정이다. 양사의 이해관계가 맞물리게 된 것이다. 포스코그룹 입장에선 HMM 인수 시 연간 3조원에 달하는 물류비도 일부 절약할 수 있을 예정이다.
친환경 흐름에 따른 사업시너지도 기대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광양 LNG 터미널을 기반으로 벙커링(연료 공급) 사업을 추진중이다. HMM은 2030년까지 친환경 선박 70척을 확보하겠다 밝혔으며, 지난해 말 LNG 추진선 2척을 도입하기도 했다. HMM과 연료 공급망을 갖춘 포스코가 손잡을 수 있는 부분이다.
재무적 효과도 노릴 수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HMM의 영업이익은 8471억원이다. 이는 같은 기간 포스코홀딩스 영업이익(1조1756억원)의 72%에 해당한다. 포스코그룹이 HMM을 품는다면, 새로운 캐시카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HMM 매출의 80% 이상이 컨테이너선에서 나오는 등 벌크선 비중이 작고, LNG 추진선은 2척에 불과해 단기간 시너지는 제한적이다.
무엇보다 인수 자금이 부담이다. 포스코그룹은 산업은행이 보유한 HMM 지분 약 30% 인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HMM 시가총액(23조6000억원) 기준 약 7조 원 규모다. 포스코홀딩스는 상반기 기준 16조500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해 자금 여력은 있지만, 8조8000억원에 달하는 올해 설비투자 계획과 포스코이앤씨 안전사고에 따른 현금 유출 가능성을 고려하면 인수는 재무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용현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만약 포스코 그룹이 HMM을 인수한다면 기존 핵심 사업과 시너지가 높은 일부 사업부만을 인수하는 등의 전략적 의사 결정이 필요할 것"이라면서 "HMM의 매각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는 점에서 포스코그룹은 협상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