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지원사업으로 마을 '탈바꿈'
카페·숙박·체험 프로그램 등 순익 1억
B2B 사업 통해 고정 방문객 600명 확보
빈집 재생도 속도… 민간 투자 등 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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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방문한 제주시 구좌읍 소재 '세화마을'은 섬을 찾은 방문객들에게 신(新) 관광지로 손꼽힌다. 마을에 위치한 '질그랭이 구좌 거점센터'는 제주 내 워케이션 명소로 매년 500여명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워케이션은 일(work)과 휴식(vacation)의 합성어로 휴가지에서 원격근무를 하며 퇴근 후 관광과 휴식을 즐기는 근무형태를 말한다.
거점센터는 총 4층 규모로 3층 워케이션 사무실은 한쪽 벽면이 통창으로 돼 있어 바다 전경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유리로 들어오는 자연채광이 실내를 밝혀 기존 사무실의 답답함에서 해방된 듯한 느낌을 줬다. 오션뷰 오피스는 50명이 사용할 수 있고, 화상회의 등이 가능한 세미나룸도 3개 구비돼 있었다. 2층은 카페, 4층은 숙소가 각각 마련돼 있다.
양군모 마을PD는 "질그랭이는 나태한 사람에게 쓰던 제주 옛말"이라며 "세화마을에서는 '나태해도 괜찮다, 편하게 쉬다 가라'는 뜻으로 (센터 이름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세화마을이 워케이션 성지로 변모하게 된 배경은 지난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통상 최하위 행정구역 리(里)에서 발생하는 고령화, 인구소멸, 유휴공간 방치 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들이 머리를 맞댔다. 제주시청 등의 도움으로 마을사업을 배우는 과정에서 농식품부가 추진하는 농촌 개발사업을 알게 됐다. 컨설팅 회사를 통해 사업계획서를 작성, 공모에 도전한 결과 사업지로 선정돼 자부담 포함 총 80억원을 지원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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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사업 첫 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한 행정적 폐쇄명령으로 적자를 봤지만 이듬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후 카페, 숙박, 체험 프로그램 등 운영으로 순이익 1억500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 2023년에는 국제연합(UN) 관광청이 선정한 '세계관광최우수마을'에도 이름을 올렸다.
기업과 업무협약(MOU)을 맺어 고정 방문객도 확보했다. 현재 △대상 △현대중공업 △LG전자 하이텔레서비스 △이지스자산운용 등과 MOU를 체결한 상태다. 각 기업에서 매년 100~150명이 워케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관계인구 확산을 위해 지역 내 외식·숙박 업체 등과 연계한 체험 프로그램도 지속 개발 중이다.
양 PD는 "성수기 세화마을 숙박시설 예약률은 100%고, 재방문율도 38% 수준"이라며 "매주 20명 정도 마을을 찾고 있다. 한 주에 발생하는 소비는 800만~1000만원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농식품부는 내년부터 '농촌재생거점마을 시범지구 사업'을 실시, 세화마을 사례를 전국으로 확산할 계획이다. 전북 김제·고창, 경남 밀양을 시작으로 각 지역 유휴시설 및 생태자원을 활용해 창업거리·관광 인프라·체류형 복합단지 등을 조성할 예정이다. 2030년까지 농산어촌 111곳에 시·군별 거점마을 1개소씩 조성, 농촌을 살고 일하고 쉬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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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3일 제주 내 빈집 재생 우수사례인 '포레스트제이 카우셰드'를 방문해 관련 의지를 내비쳤다. 해당 카페는 서귀포시 안덕면 소재 폐축사를 리모델링한 카페로 마을사업과 연계한 프로그램도 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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