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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보석같은, 동해시 송정의 숨은 역사와 솔밭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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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두완 기자

승인 : 2025. 09. 09. 15:04

강건했던 철기시대 실직국 중심지
비행장과 해수욕장은 송정의 최대 전성기
송정솔밭은 자연이 만든 화폭
문화관광예술로 승화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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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솔밭, 나무가 너무 높아, 누워서 하늘을 보며 사진을 찍었다. 철기 시대 유물이 발견된 장소이다./부두완 기자
동해역에 내리면 송정동 구 시 가지는 밋밋해 보인다. 그러나 묵호와 마찬가지로 송정리도 중흥의 시절이 있었다. 당시 송정시장의 규모는 묵호 중앙시장과 비슷했다. 동해안 최고의 해수욕장과 비행장까지 있었다. 1959년 10월 착공한 송정의(당시 삼척군) 삼척비행장이 2년 공사 끝에 1960년 11월 27일 준공되었다. 1962년 3월 16일 대한항공에서 김포와 삼척 사이 최초로 운항하였고, 1964년 2월 20일 대한항공에서 동해안선 민항 노선으로 부산과 삼척 사이 운항하였지만 1974년 3월 1일 항만건설로 폐지되었다. 당시 명사십리를 자랑하던 송정해수욕장의 절반을 차지했다고 한다. 그러나 송정 사람들은 또 하나의 자부심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송정해수욕장은 고 김민기 작곡가가 경기고 시절, 친구(1968년)란 인생 첫 곡을 탄생시킨 장소이다.

여름방학 학생연수를 온 송정해수욕장에서 친구의 죽음에 대한 아픈 사연이 담겨진 곡이다. 가사 중간에 "저 멀리 들리는 친구의 음성, 달리는 기차 바퀴가 대답하려나…" 기자도 지난 동해관광시티투어 여행하며 해설사에게 듣고서 곡의 뜻을 이해했다.

송정마을 태생인 이정학(전 동해시의원) 씨는 당시 송정해수욕장의 유명세는 송정솔밭과 연결되어 많은 사람들이 힐링 공간으로 이용했다. 송정의 역사는 청동시대부터 시작되어 철기 시대에는 대단한 도시가 형성되었다,

이러한 송정솔밭의 역사적인 이야기를 듣기 위해 동해문화원 조연섭 사무국장의 안내와, 지역의 토박이인 이정학 전 의원을 소개받고 방문했다. 이 씨는 동해시의회 의원을 역임하고 의원 당시 지방의정 봉사상 수상과 책을 많이 읽는 의원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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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송정 철기시대 유적 표지판. 동해시문화원 조연섭 국장이 소개를 하고 있다./부두완 기자
네비게이션에 송정 철기시대 유적지(송정동 산 7-1)를 검색하자 정확히 문화유적 발굴지를 알리는 표지석 앞으로 안내했다. 그곳에 도착한 순간, 아! 도심 속에 천년 이상을 아우른 이런 소나무 숲이 있다니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표지석에는 철기시대 기원후 2, 3세기로 추정된다는 이야기와 41만6000㎡(약 13만평) 면적과 당시 1600가구 이상 살았다는 조사 결과가 쓰여 있었다. 당시 실직국의 융성했던 철기문화 유적지임을 알 수 있다.

대대로 살고 있는 마을 토박이 이 전 의원은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솔밭과 해수욕장, 비행장, 특히 깨끗한 민물이 흐르던 강을 기억하며 장소를 가리킨다. 바로 솔밭 넘어 보이는 동해항만이다. 멀리서 보면 숲속에 항만이 있는 듯하다.

그리고 송정동 소나무밭(송정솔밭)의 형성과 역사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어릴 적부터 들었다. 송정동은 지명에서 드러나는 역사가 있다고 하였다. '솔밭마을'이라는 뜻을 가진 이 지역을 송생처(松生處)→솔밭마을(松田村)→송라정(松羅亭) 등을 거쳐 송정동(松亭洞)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이는 오랜 기간 소나무 숲이 지역 경관의 중심이었음을 보여준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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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항만 건설전, 누군가에 의해 그려진 송정리 솔밭과 주변지도이다. 현재 솔밭이 남아있는 지역은 안담안(솔밭)이 쓰여있는 부분이다./ 동해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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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비행장, 당시 국적기인 코리언 에어 라인이라고 영어 글씨로 쓰여있다. 태극기가 선명하게 보인다. 송정비행장 62년부터 74년까지 운영되었다. 그리고 항만이 건설되면서 해수욕장과 함께 사라졌다./동해문화원
이러한 역사를 증명하듯 조연섭 국장은 1970년 누군가에 의해 그려진 당시 송정솔밭 지도를 꺼내어 설명을 이어갔다.

이 지도에는 솔밭 형성이 곳곳에 있었다. 특히 비행장과 해수욕장을 또렷이 표시되었다. 이 지도에 눈여겨 볼만한 소나무 길이 이색적이다. 바로 남자길과 여자길이 두 갈래로 나누어졌다. 조 국장은 지레짐작 하건데, 여자길에는 방앗간과 곳집이 있어 여성들의 생활과 밀접해 보인다. 그리고 남자길은 산책 삼아 걷는 길이라고 생각된다고 하였다. 현재 남아있는 솔밭은 남자길과 여자길이 있었던 중심부 안담안(솔밭)이다.

그리고 이 전 의원은 나고 자란 송정마을에 대한 애착심이 대단했다. 솔밭에 대한 문화와 역사에 대하여 설명하며, 문화공연전문가인 조 국장에게 다양한 문화행사 기획을 요청하였다. 그리고 솔밭의 미래를 상상하였다. 그 다음은 철기시대의 역사 이야기로 옮겨갔다.

조연섭 국장은 당시 유물조사단의 발표한 자료를 건네며 간략하게 이렇게 설명하였다. 건네받은 실직국 시대의 유물은 연구자료가 방대하였다.

송정솔밭 속에 공존하는 철기시대 유적은 2005년에는 동해시 송정동 철기시대 유적지 일대(약 1만4125㎡)가 강원도 기념물 제84호로 지정되었다. 그리고 이 일대가 송정동 솔밭 지구로 불린다고 했다.

송정동 소나무숲은 고대부터 자연적으로 형성되었고 기록되었다고 한다. 특히 인문적·생활적 배경과 함께 지속적으로 유지됐던 숲의 흔적을 볼 수 있다고 하였다. 다만 정확한 연대는 알려진 바 없지만, 철기시대 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져 왔다고 해석해야 한다고 하였다.

이에 대하여 이 씨는 송정동은 오랜 세월 사람들이 거주해 온 장소였고, 그와 함께 소나무 숲 역시 자연과 역사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고 했다. 그래서 이 장소는 향후 동해역과 연결하여 송정의 역사를 문화와 예술 관광의 성지로 새롭게 만들어 가야 한다고 애정을 표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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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솔밭 옆에 있는 가옥. 가옥 뒤로 울창한 솔밭이 보인다./부두완 기자
그리고 이 전 의원 안내로 송정리 과거의 모습이 아직도 남아있는 추억 속 골목길을 탐방하였다, 지금은 웬만한 도시에는 다 사라졌지만, 송정만이 간직한 골목이었다. 특히 골목길은 사람의 인정을 듬뿍 담은, 고소한 맛이 느껴지는 가옥과 골목이었다.

집들은 한결같이 여유롭고 욕심 없이, 넉넉함을 건네주는 것 같다. 그리고 사진에 보이는 집은 꼭 하룻밤 묵고 싶은집이다. 가옥 뒤로는 솔밭이 보이고, 뜰 안에 정원은 솔밭과 어우러져, 천년을 이어가는 듯하였다.

여행하고 나니 동해역의 밋밋함은 사라지고, 청동시대부터, 철기시대 실직국의 강건했던 철기문화와 자연과 시대가 선물한 송정솔밭은 쉽게 찾을 수 없는 보석 같았다. 그리고 아직도 송정해수욕장과 비행장이 공존했던, 마을 길과 가옥들은 여행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 분명하다고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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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솔밭에서 이정학 전 시의원과 동해문화원 조연섭 사무국장이 철기시대 유물과 송정솔밭 문화에 대하여 의견을 나누고 있다./부두완 기자
부두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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