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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이민당국 군사작전급 급습부터 한국인 출국까지 7일...급박했던 한미협상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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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5. 09. 11. 11:17

미 이민당국, 헬기·군용차 투입 전례 없는 대규모 단속
미 강경 기조 속 트럼프, 전문직 비자 발급 검토 시사로 반전
전세기 출국 갑자기 연기...외교부 "트럼프, 한국인 美에 계속 남으라 권해서"
미 이민당국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등이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한국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으로 출동하고 있다./ICE 영상 캡처
미국 이민 당국에 의해 체포·구금된 한국인 317명 중 잔류를 선택한 한명을 제외한 316명과 외국 국적자 14명이 11일 정오(현지시각·한국시각 12일 새벽 1시)께 전세기 편으로 귀국길에 올라 12일 오후 한국에 도착한다.

◇ 한국인 316명, 미 이민 당국 구금 7일만 전세기 귀국길...12일 오후 한국 도착
헬기·군용차 투입 전례 없는 대규모 단속...국토안보수사국 "역사상 최대 단속" 자부 ...트럼프"ICE 제 역할" 옹호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국토안보수사국(HSI)·연방수사국(FBI)·노동부·국경순찰대·국세청·마약단속국(DEA)·조지아주 순찰대 등 합동 단속반이 4일 오전 10시 45분께 헬기·군용차 등을 동원해 특별 군사작전을 하듯이 조지아주 엘러벨의 한국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을 급습해 근로자 475명을 포크스턴의 ICE 구금 시설 등에 억류한 지 7일 만이다.

HSI 소속 스티븐 슈랭크 조지아·앨라배마주 담당 특별수사관은 4일 브리핑에서 이번 작전이 "HSI 역사상 단일 현장에서 이뤄진 최대 규모 단속"이라고 자부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5일 "그들은 불법 체류자(illegal aliens)였고, ICE는 자기 할 일을 한 것"이라고 단속을 옹호했다.

미 이민당국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등 단속 요원들이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한국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불법체류·고용 단속 작전을 펼치고 있다. /ICE 홈페이지 캡처
◇ "석방 교섭 마무리" 한국 발표에도 긴장 고조...트럼프 행정부 강경 기조 속 추가 단속 경고 이어져

이후 협상이 급진전,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7일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이들의 "석방 교섭이 마무리됐다"고 밝혔지만, 트럼프 행정부 내 강경 분위기는 이어졌다.

톰 호먼 백악관 국경 담당 차르(czar·제정 러시아 황제·최고 책임자)는 7일 이번 급습과 같은 "훨씬 더 많은 작업장 단속 작전"을 수행할 것이라며 "그들은 더 열심히 일하게 하고, 임금을 적게 주기 위해 불법 이민자를 고용, 미국 시민권자 직원을 고용하는 경쟁사를 약화시키고 임금을 낮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민 정책을 총괄하는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은 8일 한국인 근로자 대부분이 '출국 명령(removal order)'을 무시한 이유로 구금됐으며 '소수(a few)'는 범죄 활동과 관련돼 이에 따른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런데 놈 장관의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전날 발언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거나, 불법 체류자 단속에 관한 원칙론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로이터·연합
◇ 트럼프의 이중 메시지, "불법 단속, 정당" vs "전문 인력 환영"...한국 전문직 비자 발급 검토 시사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이번 사태와 관련해 한국이 요구하는 전문직 취업비자 발급 방안을 검토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서 "우리는 당신들이 훌륭한 기술적 재능을 지닌 매우 똑똑한 인재를 합법적으로 데려와 세계적 수준의 제품을 생산하길 권장한다. 그리고 우리는 당신이 그렇게 하도록 그것(인재 데려오는 일)을 신속하고, 합법적으로 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취재진에 "지금 이 나라에 배터리에 대해 아는 인력이 없다면, 우리가 그들을 도와 일부 인력을 (미국에) 불러들여 우리 인력이 배터리 제조든, 컴퓨터 제조든, 선박 건조이든 복잡한 작업을 하도록 훈련시키게 해야 한다"며 "전문가를 불러들여 우리 국민을 훈련시켜서 그들(미국인)이 직접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놈 장관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8일(현지시간) 인신매매 및 아동 성착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파이브 아이즈' 장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영국 런던을 방문하고 있다./로이터·연합
◇ 한국인 귀국 전세기 10일 출국 '미국 측 사정'으로 갑자기 연기

같은 날 구금된 한국민에 대한 영사 지원을 총괄하고 있는 조기중 워싱턴주재 한국대사관 총영사는 한국인들이 "수요일(10일)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며 출국 날짜를 밝히고, 이어 8일 한국인들의 출국 관련 동의서를 받는 절차가 시작됐다고 전했다.

이에 구금된 한국인들은 배터리 업체가 마련한 전세기로 10일 포크스턴 구금 시설에서 약 460km 떨어진 하츠필드-잭슨 애틀랜타 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는 것이 기정사실로 여겨졌다.

이 전세기는 10일 오후 2시 30분(한국시각 11일 오전 3시 30분)께 하츠필드-잭슨 애틀랜타 국제공항을 출발할 예정이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하기도 했다.

그런데 외교부는 10일 미국 현지시간으로 새벽 3시께 '미국 측 사연'으로 전세기 출발이 연기됐다고 밝혔다. NBC방송은 조지아주 하츠필드-잭슨 애틀랜타 국제공항 대변인이 한국인 출국을 위한 "전세기 편이 취소됐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석방 지연이 한국 측에 통보된 것은 9일 오후 10시(한국시각 10일 오전 11시)가 넘어서였으며, 당시 미국 측은 그 사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고 외교부 관계자는 밝혔다.

이에 한국인이 공항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수갑을 채우는 문제를 놓고 한·미 간 이견이 있어 전세기 출발이 지연됐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전세기
미국 조지아주 한국 배터리 합작 공장 건설 현장에서 구금된 한국인을 태울 대한항공 전세기가 10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하츠필드-잭슨 애틀랜타 국제공항에 착륙하고 있다./연합
◇ 외교부 "한국인 미 출발 지연, 트럼프, 한국인 美에 계속 남으라 권해서"

하지만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오후 워싱턴 D.C. 한국대사관에서 한 특파원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당국의 엄격한 호송 규정에도 우리가 강력히 요청한 대로 수갑 등의 신체적 속박 없이 구금 시설에서 공항으로 호송할 것을 지시했다"며 애초 수갑 문제는 지연 사유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는 "(수갑 문제는) 해결이 안된 상황이었지만, 그 상황이 출국 지연과는 관련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미국 측 사정'은 조현 외교부 장관이 이날 오전 백악관에서 마코 루비오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밝혀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루비오 장관이 조 장관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구금된 한국 국민이 모두 숙련된 인력이니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미국에서 계속 일하면서 미국의 인력을 교육·훈련 시키는 방안과 귀국하는 방안에 관해 한국의 입장을 알기 위해 귀국 절차를 일단 중단하라 지시했다"고 전했다고 밝혔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에 조 장관은 우리 국민이 대단히 놀라고 지친 상태여서 먼저 귀국했다가 다시 (미국에 돌아와서) 일하는 게 좋겠다고 얘기했고, 미국(루비오 장관)도 우리 의견을 존중해 (구금 한국인이) 귀국하도록 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전했다.

조현 장관
조현 외교부 장관이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한국대사관에서 미국 이민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317명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조현 외교장관 "300여명 국민 갇힌 초유의 사태...국민 분노 어떻게 전달할지 고민" 토로

조 장관은 대사관 브리핑에서 비장한 얼굴로 "300여명의 우리 국민이 그런 시설에 갇혀 있는 정말 초유의 사태"라며 "그동안 외교부 장관들이 워싱턴에 출장을 많이 왔지만, 이런 일이 있었겠는가라는 정말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왔고, 미국에 대해 어떻게 강하게 우리의 불만, 우리 국민의 분노를 전달할 것인가를 매우 크게 고민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한국인 316명이 11일 전세기 편으로 출국하고, 향후 미국 재입국 때 때 불이익을 받지 않는 것으로 미국 측의 확약을 받았다며 이번 사태가 큰 틀에서 마무리됐음을 밝혔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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