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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담화에서 "잘못 고른 곳, 즉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변에서 미일한이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는 무모한 힘자랑질은 분명코 스스로에게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다주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이 오는 15∼19일 북핵 위협 대응 및 억제를 위한 한미 간 핵·재래식 통합(CNI) 도상연습(TTX) '아이언 메이스'(철퇴)와 한미일 다영역 훈련인 '프리덤 에지'가 동시에 이뤄지는 것을 비난한 것이다.
북한 군 서열 1위인 박정천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도 이날 담화를 통해 한미일 연합훈련은 "우리 국가에 대한 핵무기 사용을 목적으로 한 노골적인 핵전쟁 시연이자 가장 포괄적이고 공격적인 침략전쟁 연습"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적대세력들의 힘자랑이 계속 이어지는 경우 그에 대한 우리의 맞대응 행동 역시 보다 명백하게, 강도높이 표현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는 향후 북한의 핵·재래식 병진정책의 정당성 확보를 위한 계기로 활용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박 부위원장이 주장한 '전략적 힘 비축'은 자위적 조치로 정당화해 핵·상용무력 강화를 위한 명분을 쌓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10월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에서 핵·재래식 첨단무기 등의 노출을 통한 군사력 과시를 위한 발판으로 해석된다. 양무진 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북한은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 등을 선보이며 무력시위를 하려 할 것"이라면서 "국방발전 5개년의 마무리 장식용이자 제9차 당대회 축포용, 대미압박용으로 연내 화성-20형의 시험발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향후 북미대화의 선결조건으로 두 훈련의 중단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김 부부장이 "이전 집권자들이 고안해낸 위험한 '구상'을 현 집권자들이 충분히 고려한 상태에서 공감하고 실시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그것을 명백한 반공화국 대결적 자 세의 려과없는 '과시'로, 대결정책의 '계승'으로 이해할 것"이라고 말한 것을 두고 양 교수는 "한미 정상이 북미대화와 남북대화를 재개하기 위해서는 연합훈련을 중단하고 이전 정부와 다른 접근을 해야함을 지적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북한은 현 정권에 대한 실망감을 표출하면서도 '현 집권자'의 실명은 거론하지 않으면서 수위를 조절했다.
그럼에도 북한이 김여정-박정천 합작으로 담화를 발표한 것은 이례적으로, '아이언 메이스'와 '프리덤 에지'에 특히 민감한 것으로 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미국이 주도하는 한미일 다영역 훈련을 통한 북한 기습발사·저고도 회피·다발성 포화사격 전술 등의 무력화, 북한의 지휘·통제(C2) 무력화, 한미일 3각 군사협력 등의 이유로 (훈련 때마다) 민감 반응을 보여왔다"면서 북한은 아이언 메이스 또한 "핵무기를 통한 대북한 핵공격 개념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