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시즌 흥행하자 기승
"돈벌이 수단 전락해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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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 전 국가대표 투수의 은퇴 투어 경기가 열린 지난 20일 오후 3시께 서울 잠실야구장 중앙매표소 인근. 선글라스를 낀 한 노인이 외국인 관람객에게 다가가 이같이 말하며 표를 내밀었다.
기자가 다가가 "얼마냐"고 묻자 노인은 "1장에 4만원"이라고 답했다. 그가 내민 표는 정가 1만9000원의 레드석 표였다. "불법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이 사람아, 이건 서비스업이야. 주식 안 해봤어?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게 시장경제야"라며 적반하장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그는 주변 시선을 의식한 듯 빠르게 자리를 떠났다.
3시 14분께 매표소에서 "오늘 경기 표 매진입니다"라는 방송이 흘러나오자 암표상으로 보이는 이들이 다수 나타났다. 이들은 현장에서 표를 구매하지 못한 팬에게 은밀한 거래를 시도했다. 대부분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노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의 경기 관람 기회를 보장하자는 취지에서 만든 표였다. 제도 취지가 무색하게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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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일부 현장 판매 표가 암표로 '되팔이' 되고 있고 단속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공연법과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르면 암표 판매 적발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그러나 현장에서 개인이 되파는 행위는 경범죄처벌법 적용 대상으로, 20만원 이하 벌금이나 구류·과료 처벌에 그친다. 이 때문에 암표 거래가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KBO의 정규 시즌 누적 관중은 1090만여 명으로 이전 시즌 1088만 7705명을 뛰어넘으며 최다 기록을 갱신했다. 여기에 내달 2일부터 시작되는 '가을야구'에 대한 기대감이 더해져 암표 가격은 더욱 치솟고 있다. 이날 현장에서 표를 구매한 김선규씨(67)는 "암표상이 현장 티켓을 다 선점하면 나처럼 진짜 야구를 보기 위해 온 사람들은 헛걸음할 수도 있다"며 "노인을 위한 표가 암표로 악용되지 않도록 단속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중철씨(66)는 "LG 트윈스가 MBC 청룡이던 시절부터 응원해 왔다"며 "현장 판매 제도는 나와 같은 노인 야구팬을 위한 것이지 누군가의 돈벌이 수단이 되면 안된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KBO 사무국은 "암표에 대한 문제의식은 항상 가지고 있다"며 "구단들과 협조해 암표 단절 캠페인을 실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암표 단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