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빙자·노쇼사기로 200억원 갈취…태국 거점 범죄 조직 검거

피싱으로 210억원 가로챈 혐의
총책 '자룡' 등 9명 국내 송환 추진

경찰이 룽거컴퍼니 조직원을 검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태국 파타야를 거점으로 로맨스스캠(연애빙자사기)과 코인사기, 노쇼사기를 벌여 200억원이 넘는 돈을 가로챈 범죄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범죄단체 가입·활동,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등 혐의로 보이스피싱 조직 '룽거컴퍼니' 조직원 25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21명을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7월까지 국내에 거주하는 878명을 상대로 210억원의 사기를 벌인 혐의를 받는다.

조직원은 모두 36명이다. 검거된 25명 외에 총책 자룡 등 9명은 현재 태국 경찰에 붙잡혀 국내 송환이 추진되고 있다. 경찰은 나머지 두명에 대해서도 인터폴 적색수배를 발령하고 국제공조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에서 사기조직 본부장급으로 활동하던 자룡은 본인의 조직을 만들고자 함께 일하던 조직원 일부를 태국으로 데려가 구인광고와 홍보로 룽거컴퍼니를 꾸렸다.

이들은 사기 유형에 따라 팀을 나누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로맨스스캠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확보한 인물 사진을 도용해 접근한 뒤 '특정 사이트에 돈을 입금하면 함께 여행할 항공권을 받을 수 있다'고 속였다. 코인사기팀은 한 로또 추천사이트의 고객 정보를 확보해 이들에게 사이트 가입비용을 환불해준다거나 개인정보 유출 피해보상 명목으로 코인 매수 기회를 준다며 돈을 갈취했다. 노쇼사기팀은 군부대 등을 사칭해 대량 주문을 예약한 뒤 '특정 상품을 준비해달라'고 대리구매를 유도해 돈을 가로챘고, 기관사칭사기팀은 검찰이나 금융감독원을 사칭해 '본인 명의 계좌가 범죄에 사용됐다'며 돈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날 경찰 브리핑에 참석한 탓차이 피타닐라붓 태국 경찰청 스캠 태스크포스(TF) 단장은 "룽거컴퍼니가 태국이 아닌 한국의 피해자들을 상대로 범행하다 보니 태국에서는 이민법 위반 정도로 처리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다"며 "한국 경찰과 상의해 한국으로 이들을 보내 처리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해 송환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룽거컴퍼니와 연계된 태국 내 다른 조직과 사무실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