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콘텐츠·스포츠 파트너십 논의
K푸드·K뷰티·K콘텐츠 사업 모색
CJ올리브영 유럽 매출 성장세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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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CJ그룹 회장이 내수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 시장 개척에 분주하다. 과거와는 다른 행보로, 올해에만 일본과 미국에 이어 유럽까지 직접 발로 뛰며 글로벌 영토 확장에 나선 모습이다. 특히 유럽은 CJ그룹이 공을 들이고 있는 신시장으로, 이 회장은 직접 성장 기회를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일본에서 K컬처 확산 기회를 모색하고 미국에서 K푸드·콘텐츠 협력을 강화했다면, 유럽에선 신영토 확장 전략을 점검했다.
22일 CJ그룹에 따르면 이재현 회장은 지주사 및 계열사 주요 경영진과 함께 지난 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을 방문했다. 이미경 CJ 부회장, 김홍기 CJ주식회사 대표, 윤상현 CJ ENM 대표, 정종환 CJ ENM 콘텐츠·글로벌사업 총괄 등 그룹 핵심 경영진이 동행했다. 이 회장은 경영진들과 10여 일 영국에 머무르며 현지 글로벌 싱크탱크, 투자회사, 엔터테인먼트 업계 전문가 등 그룹 유관 산업의 주요 인사들과 회동하며 협력 기회를 발굴했다. 동시에 유럽 소비 동향과 현지 K트렌드를 살펴보고 그룹의 글로벌 전략을 점검했다.
그가 유럽 지역에서 현장경영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을 시작으로 올해 들어 4월 일본, 8월 한미정상회담 경제사절단 참여를 통한 미국 방문에 이어 이번 달 영국까지 3개 대륙을 순회했다. 특히 CJ그룹에 유럽 시장은 북미, 중국, 베트남 등 기존 주력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요한 시장으로 부상 중이다.
이 회장은 이번 런던 방문에서 각 분야 최고 수준의 전문가들과 광범위한 회동을 가지며 CJ그룹의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에 나섰다. 먼저 글로벌 투자회사 '액세스 인더스트리즈' 창립자인 렌 블라바트닉 회장과의 만남에서는 글로벌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시장 현황을 깊이 있게 공유했다. 워너뮤직과 스포츠OTT 'DAZN' 등을 자회사로 두고, 글로벌 미디어 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액세스 인더스트리즈와 K콘텐츠 확산 및 플랫폼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협업 방안을 논의했다.
정책 분야에서는 세계 최정상급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영국 왕립 국제문제연구소)의 브론웬 매덕스 소장을 만나 급변하는 통상환경이 유럽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새로운 사업 기회를 분석했다. 문화 트렌드 측면에선 K트렌드 전문가인 조지은 옥스퍼드대 교수와의 회동을 통해 유럽 소비자들의 문화 소비 패턴 변화와 K푸드·K뷰티 영역으로의 확산 가능성을 점검했다.
스포츠 분야 전문가들과도 회동했다. UAE 국부펀드 무바달라 CEO이자 맨체스터 시티 FC를 포함해 글로벌 13개 구단을 보유한 '시티 풋볼 그룹'의 공동 창립자인 칼둔 알 무바라크와 만났다. 또한 초대 IOC 마케팅 국장을 역임한 '페인 스포츠 미디어 스트래티지스'의 마이클 페인 대표 등 스포츠 마케팅 분야 최고 전문가들과 만나 글로벌 소비재·콘텐츠 기업의 스포츠 마케팅 활용 전략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이 회장은 현지 방문 기간 임직원을 만난 자리에서 "유럽 지역에서 전방위로 확산하는 K웨이브를 놓치지 말고, 현지 시장을 빠르게 선점해 '범(汎)유럽 톱티어 플레이어'로 도약해야 한다"며 "유럽이 미국을 잇는 NEXT 전략 지역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글로벌 영토 확장 속도를 높여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글로벌 리딩 컴퍼니로 도약하기 위해 유럽 지역을 포함한 신영토 확장을 가속화해야 한다"며 "그룹의 글로벌 사업 거점인 미국에 이어 잠재력이 큰 유럽 시장에서 신성장 기회를 적극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J그룹은 현재 2426 중기계획 퀀텀점프 플랜을 통해 글로벌 전략제품을 통한 시장 지배력 강화와 유럽·호주 신영토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CJ그룹의 유럽 진출은 2018년 독일 식품 법인 설립과 냉동식품기업 '마인프로스트' 인수를 통해 본격화됐다. 이후 2022년 영국, 2024년 프랑스·헝가리에 연이어 법인을 설립하며 사업 기반을 확장해 왔다.
현재는 헝가리 부다페스트 인근에 '유럽 K-푸드 신공장'을 건설 중이다. CJ제일제당은 급성장하는 유럽 만두 수요에 대응하고 생산 품질 표준화를 위해 이 공장에서 2026년 하반기부터 '비비고 만두'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향후 비비고 치킨 생산 라인 증설도 계획하고 있어 유럽 시장 공략의 전진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CJ올리브영의 폭발적 성장도 눈에 띈다. 2021년 글로벌몰을 통해 유럽 16개국 진출을 시작한 올리브영은 현재 26개국으로 판매권역을 확대했다. 특히 전략국가로 선정한 영국에서의 특화 마케팅이 주효하며, 올해 상반기 유럽 지역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80% 급증하는 성과를 거뒀다. CJ그룹 관계자는 "이번 영국 현장경영은 아시아·미주·유럽을 잇는 글로벌 영토 확장 일환으로, 그룹의 미래 성장을 뒷받침할 전략적 행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