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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明만 좇다가 중원민심 놓칠라… 국힘의 ‘對與 강공’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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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훈 기자

승인 : 2025. 09. 22. 17:53

지도부 주도 장외집회로 대여투쟁
내년 지선앞 총선참패 2019년 떠올라
'중도층 설득 한계' 당 안팎 의구심
"추석·국감메시지 조율이 성패관건"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이병화 기자 photolbh@
국민의힘이 대대적인 장외집회를 열고 대여투쟁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을 두고 당내에서도 중도층 설득에 한계를 드러낼 수 있다는 우려 섞인 평가가 나온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전날 대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대규모 장외집회를 열고 본격적인 대여투쟁에 나섰다.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소속 의원 80여 명이 참석해 정부·여당을 겨냥한 격한 비판을 쏟아냈지만, 동시에 '강공 일변도로는 민심을 얻기 어렵다'는 내부 평가도 뒤따랐다.

한 야권 관계자는 "장외투쟁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을 가진 의원들이 있다"며 "민심을 되돌리려면 신뢰 기반을 먼저 다져야 한다"고 말했다.

여론 흐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전국지표조사(NBS)에서 국민의힘 지지율(22%)은 여전히 더불어민주당(41%)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날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율(38.6%)은 민주당(44.2%)에 미치지 못했다. 강경 메시지와 장외투쟁만으로는 외연 확장에 제약이 따른다는 현실이 수치로도 확인된 셈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시절이었던 2019년 장외투쟁과 비교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당시 자유한국당이 매주 광화문 집회를 열며 강경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강성 지지층 결집 효과에도 불구하고 중도층 민심을 얻지 못한 채 총선 참패로 이어졌다. 이번 국민의힘 장외투쟁 역시 비슷한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전날 한 방송에 출연해 "장동혁 대표가 걷는 길은 황교안 대표의 길"이라며 "대구 장외투쟁은 국민의힘 지인들 얘기를 들어보면 한숨 그 자체"라고 했다. 이어 "하루 8시간을 버스에서 보내고 한두 시간 집회하러 대구에 가는 게 과연 효율적인 대여투쟁인가"라며 "국민의힘은 자유한국당의 길을 그대로 가려 한다. 그 길의 결과가 무엇이었는지는 이미 경험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당장 추석 밥상민심과 국정감사가 시험대다. 국감은 '야당의 무대'로 불리지만, 무리한 장외투쟁이 이어질 경우 효과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 어려울 수 있다. 결국 장외투쟁과 국회 활동을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향후 당의 성패를 가를 관건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내년 6·3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이라는 점도 국민의힘의 부담을 키운다. 당은 나경원 의원을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위원장에 앉히며 승리를 자신했지만, 지금처럼 '반명' 프레임에만 의존한다면 수도권 민심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혁신 논의 없이 강공만 이어갈 경우, 선거에서 또다시 민심의 심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민심을 되돌리려면 단순한 대여투쟁을 넘어 새로운 구호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장외투쟁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더라도, 중도층 설득 전략을 병행하지 않으면 결국 내란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의힘이 당장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 전략을 다변화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특검 수사가 국민의힘 다수 의원들을 향하고 있는 만큼 저항은 불가피하고, 결국 장외투쟁이 유일한 선택지처럼 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외투쟁 자체가 나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중도층이 보기엔 '왜 굳이 이 방식이냐'는 의문을 줄 수 있다"며 "원외 투쟁을 한다면 발언 수위와 메시지를 조율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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