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잡았지만 실업 악화..지방선거 참패와 페소화 급락
IMF 최대 지원국, 일관된 환율·통화정책 없이는 개혁 지속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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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원 의사를 밝히고 세계은행(WB)이 향후 수개월간 최대 40억달러(5조5000억원)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자유지상주의(libertarianism)에 기반한 밀레이 대통령의 개혁이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참석 계기에 밀레이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지원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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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이 대통령은 복지 축소·정부 구조조정·규제 완화·강(强) 페소화 정책 등을 통해 2024년 12월 취임 당시 26%에 달했던 인플레이션을 올해 8월 1.9%까지 낮추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실업률은 같은 기간 5.6%에서 7.6%로 상승했다. 공공부문 고용 비중이 높은 아르헨티나에서 긴축 재정이 고용 악화로 이어진 것이다.
투자 심리를 나타내는 국가 위험도 지표 역시 취임 이후 하락세를 보이다가 8월부터 급등세로 돌아섰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제가 위축되고, 강경한 긴축 정책으로 사라진 수만개의 일자리는 아직도 회복되지 않았으며 의류 판매장은 문을 닫았고, 연금 수급자들과 교사들을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하며, 금융 시장 혼란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밀레이는 좌파 전임자로부터 물려받은 통제되지 않은 공공 지출을 대폭 삭감한 후 세 자릿수 인플레이션을 근절한 성과는 인정받고 있지만, 그의 정책은 고통스러웠으면 취임 22개월 만에 점점 더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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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불만은 정치적으로도 드러났다. 지난 7일 전체 인구의 약 40%가 거주하는 부에노스아이레스주 지방선거에서 여당은 두 자릿수 격차로 참패했다. 오는 10월 26일 치러질 전국 중간선거의 전초전 성격이 강한 선거 결과였다. 이에 페소화 가치는 2주 동안 10% 가까이 폭락했고, 환율 변동 폭(band)의 하한선까지 도달했다.
아르헨티나는 4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200억달러 대출을 확보하며 환율 변동 폭 제도를 도입했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이 제도를 폐기하고 페소화 평가절하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이로 인해 달러 수요가 늘어나면서 통화 유출이 가속화됐다.
이에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페소화 방어를 위해 지난주 사흘 동안 11억달러를 시장에 투입했다. 그러나 이는 맥대한 채무 상환에 필요한 외환보유고가 소진되고 있다는 우려를 키워 채권 가격 급락을 초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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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는 IMF 역사상 최대 규모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전체 지원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수혜국이다. 1950년대 이후 구제금융을 받은 횟수만 23차례에 이른다.
그러나 밀레이 정부가 추진한 강(强) 페소화 정책은 수입을 확대하는 반면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해외여행 증가로 국내 관광산업에 타격을 주면서 보유 외환 축적을 가로막고 있다고 WSJ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적했다.
밀레이 정부 초대 경제부 차관을 지냈다가 통화 정책에 관한 이견으로 6개월 만에 사퇴한 경제학자 호아킨 코타나는 FT에 밀레이 정부가 페소화 환율 자유화, 외환보유 계획 시행, 금리 통제 등 일관된 환율 및 통화 정책을 시행할 경우에만 미국의 지원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