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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팀 직원, 꿈꾸던 운항기술팀 전직”…직무능력은행이 만든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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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김남형 기자

승인 : 2025. 09. 26. 14:02

경력 객관화로 꿈꾸던 직무 도전 기회 열려
교통사고 뒤 단절된 개발자, 새 기술 배우며 재기 성공
기업 채용 검증 간소화…인사관리 혁신 도구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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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영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가운데)이 9월 26일 서울 강서구 코엑스 마곡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직무능력은행 활용 우수사례 시상식에서 수상자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산업인력공단
직장에서 배치받은 자리와 마음속 꿈 사이의 간극은 때로는 수십 년간 이어진다. 하지만 기록되고 증명된 '경력의 언어'는 그 간극을 메우기도 한다. 한 항공사 직원은 직무능력은행을 통해 화물팀에서 운항기술팀으로 옮기며 꿈을 현실로 만들었고, 교통사고로 커리어가 끊긴 IT 개발자는 새로운 기술을 쌓아 재기에 성공했다. 한 기업은 채용 서류뭉치를 단 한 장의 직무능력인정서로 대체하며 인사혁신에 나섰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은 26일 서울 강서구 코엑스 마곡 컨벤션센터에서 '2025년 직무능력은행 활용 우수사례 공모전' 시상식을 열고, 개인과 단체가 직무능력은행을 통해 삶과 채용 문화를 바꾼 사례들을 소개했다.

경력이 증명해 준 내 꿈

문○준씨는 오랫동안 항공사 화물사업팀에서 근무했다. 항공업에 몸담았지만 늘 마음 한편에는 운항기술팀으로 옮겨 기술적으로 항공기를 지원하고 싶다는 갈망이 있었다. 그러나 입사 당시 맡은 업무와는 전혀 다른 분야로 전환하기란 쉽지 않았다.

전문성을 증명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문씨가 선택한 것은 직무능력은행이었다. 그는 과거 이수한 교육·훈련, 타사에서의 직무 경험, 고용보험 DB에 기록된 근무 이력까지 모두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그리고 직무능력인정서를 발급받았다. 이 문서 한 장은 그동안 설명하기 어려웠던 경력과 기술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무기가 됐다.

결과는 놀라웠다. 회사는 그의 역량을 인정했고, 마침내 꿈꾸던 항공운항기술팀으로 전직할 수 있었다. 그는 지금 항공기 성능 분석과 운항 매뉴얼 검토라는 전문 업무를 맡고 있다. 문씨는 "경력을 제대로 증명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실감했다"며 "직무능력은행이 제 인생의 방향을 바꿔줬다"고 말했다.

경력의 단절을 이어준 디지털 사관

30년 동안 IT 업계에서 개발자와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해온 류○석씨는 뜻밖의 교통사고로 긴 공백기를 맞았다. 회복 후 다시 일을 시작하려 했지만 최신 기술은 빠르게 변했고, 자신감을 잃어가던 상황이었다.

류씨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도 직무능력은행 덕분이었다. 그는 자신의 강점이었던 시스템 아키텍처와 데이터베이스 역량을 직무능력은행에 기록해 객관화했다. 동시에 부족했던 클라우드 기술과 인공지능 실무를 집중적으로 학습했다.

"과거의 경험 위에 새 지식을 쌓아 올리는 과정이 효율적이었어요. 무엇보다 직무능력인정서가 클라이언트에게 강력한 신뢰를 주더군요." 그는 직무능력은행을 '나만의 디지털 사관(史官)'이라 불렀다. 지금은 여러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프리랜서로 다시 자리 잡았다.

한 장의 문서가 바꾼 채용문화

단체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팬택씨앤아이엔지니어링은 채용의 효율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직무능력은행을 도입했다. 지원자들에게 직무능력인정서 제출을 의무화한 것이다.

자격증 사본, 경력증명서, 교육수료증 등 수많은 서류를 제출받고 검증하던 복잡한 절차는 사라졌다. 대신 직무능력인정서 한 장이 모든 과정을 대체했다. 채용 과정은 단순해졌고, 검증의 정확성은 높아졌다. 면접관들의 평가 신뢰도도 올라갔다.

회사 관계자는 "채용의 질과 속도가 달라졌다"며 "앞으로 교육·인사관리 전반으로 직무능력은행 활용을 넓혀가겠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이번 '2025년 직무능력은행 활용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총 9편의 수상작을 발굴했다. 임영미 직업능력정책국장은 "직무능력은행은 개인의 생애 경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기업의 인사혁신을 돕는 도구"라며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경력과 꿈을 연결하는 다리로 활용할 수 있도록 확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용어풀이] 직무능력은행이란?

직무능력은행은 개인이 생애 전반에서 쌓은 자격·교육·훈련·경력 등 다양한 이력을 통합 관리해 취업이나 자기계발, 기업 인사관리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이다. 개인은 직무능력인정서를 발급받아 자신이 보유한 역량을 한눈에 증명할 수 있고, 기업은 지원자의 직무능력정보를 확인해 직무 중심 채용·인사관리 등에 쓸 수 있다.

2023년 9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국가기술자격, 일학습병행자격, 국방자격, 평생학습계좌제 학습이력, 고용보험 가입정보 등 다양한 데이터를 연계해왔다. 최근에는 대학 교과·직업훈련 과정, 해외연수, 해외취업 경험 등까지도 연결 범위를 넓히며 진화하고 있다.
김남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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