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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들의 반응은 싸늘합니다. 플레이스토어, 앱스토어에는 1점 리뷰가 빠르게 누적되고 있고, 개편 당일에는 카카오 주가가 장중 6만원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예상치 못한 혹평에 결국 카카오는 업데이트 이전 기존 친구목록을 카카오톡 친구탭 첫 화면으로 복원한다고 29일 밝혔습니다. 카카오는 업데이트에 대한 이용자 의견을 반영해 올해 4분기 내 이러한 친구탭 개선 방안을 적용할 계획입니다.
이번 사안은 단지 'UI 실패'나 '소통 부재'로만 볼 일은 아닙니다. 이번 개편의 배경엔 '기업은 이윤을 추구한다'는 단순하지만 근본적인 원칙이 깔려 있습니다. 카카오의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은 2조283억원이었고 이 중 플랫폼 부문 매출은 절반을 겨우 넘습니다. 본업인 카카오의 광고·커머스 부문(톡비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했지만 전체 영업이익률은 여전히 9.2%대로 한자릿수에 머물렀습니다.
업계관계자는 "카카오톡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사용자를 보유한 플랫폼이지만 그 자체로는 수익을 거의 내지 못하는 구조"라며 "메신저 기능은 무료이고 유료화 시도도 '국민 채팅앱'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이상 쉽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대신 카카오는 간편결제, 모빌리티, 콘텐츠 등 다양한 자회사에서 분산적으로 수익을 거둬왔습니다. 최근에는 포털 '다음'의 주요 사업 부문도 자회사에 넘기기로 하면서 그룹의 수익 중심축을 '카카오톡'으로 다시 세우려는 전략적 움직임이 감지됩니다.
이번 개편도 그러한 흐름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채팅탭에 생성형 AI 기능을 도입하고 친구탭을 피드형 구조로 바꿔 광고 노출과 콘텐츠 소비, 커머스를 앱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가겠다는 구상입니다. 실제로 올해 3월 카카오는 정관에 '정보통신업'과 '지식재산권 라이선스업' 등 신규 사업 목적을 추가했습니다. AI 사업 항목도 별도로 명시하며 AI 기반 사업 모델로의 전환을 제도적으로 확정지었습니다. 이는 카카오가 단순히 기존 포털 구조를 정리하는 차원이 아니라 AI를 사업의 근간으로 삼고, 카카오톡이라는 자산을 본격적인 수익 기반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문제는 이 시도가 카카오톡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일부 사용자는 "업무용 메신저로 쓰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고 친숙한 인터페이스가 예고 없이 바뀌었다는 데 불편함을 토로했습니다. 카카오톡이 국민의 일상에 얼마나 큰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방증이기도 합니다.
카카오톡은 이제 단순한 메시지 플랫폼이 아닙니다. 카카오 생태계를 지탱하는 핵심 인프라이자 수익 다각화를 위한 전략 자산입니다. 기업의 본질이 이윤 추구에 있다면 플랫폼을 통해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고자 하는 카카오의 시도는 당연한 수순입니다. 다만 그 방식이 사용자의 만족도를 저하시킨다면 기업의 시도는 실패한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공짜 메신저'와 '수익화 플랫폼' 사이에서 카카오의 균형잡기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