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없어 수도권 병원 선택 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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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9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급종합병원 비급여 실태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2021~2023년 의료기관 회계자료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 등을 토대로 국내 45개 상급종합병원의 총수입과 급여진료비를 추출해 분석했다.
조사 결과 국내 45개 병원의 건강보험 환자 진료비 합계액은 약 65조2000억원이었다. 이 중 비급여 진료비는 8조4000억원으로 12.8%를 차지했다. 개별 병원에서 같은 기간 비급여율 평균이 가장 높은 곳은 경희대병원으로 21.5%이었다. 비급여 비율이 높으면 환자가 부담하는 평균적인 진료비가 비싸다는 의미다. 가장 낮은 곳은 강릉아산병원으로 7.1%로, 경희대병원의 3분의 1을 밑도는 수준인 것이다.
비급여율 편차는 '빅5 병원'(서울대, 세브란스, 서울성모, 서울아산, 삼성서울) 사이에서도 두드러졌다. 가장 높은 곳은 세브란스병원(17.5%)였는데 이는 가장 낮은 서울대병원(9.5%)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진료비가 높다고 해서 질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경실련이 같은 상병군을 치료하는 의료기관의 사망비를 비교하는 지표인 '병원 표준화 사망비'를 통해 분석한 결과 사망비가 평균보다 높은 곳은 16곳이었다. 이 중 비급여율이 15% 이상인 고대안암병원과 아주대병원 등도 포함됐다. 평균치 100을 기준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의료 질이 낮다는 의미다. 평균보다 낮은 사망비를 보인 29곳 중에는 화순전남대와 전북대 등 비급여율이 10% 미만이면서 높은 의료 수준을 제공하는 곳도 있었다.
보건복지부는 2023년 9월부터 국내 의료기관 비급여 정보를 일부만 공개하고 있다. 이에 따른 병원별 진료항목도 공개되지 않아 이용자가 비교하기 어려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실련은 "정부가 건강보험보장률, 비급여율 등 병원 의료의 질을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데도 이를 공개하지 않아 이용자들은 평판이나 이미지에 의존해 병원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며 "수도권병원과 비교해 의료의 질과 진료비 측면에서 우수한 지방병원의 실태가 드러난 만큼 정부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