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축 시, 자산·부채 만기 불일치 우려도
원금 지급 의무 사업…재무 건전성 등 평가될 수 있어
리스크 맞지만 인가 여부에 영향을 끼치진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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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업계에선 고려사항은 될 수 있어도 사업 인가가 불허될 만큼의 리스크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IMA가 발행어음 대비 조달 기간이 길고, 금융당국도 한국투자증권이 과거부터 고수해왔던 사업 모델을 사전에 인지하고, 이를 감안해 평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한국투자증권의 장기 외화표시 기업신용등급과 선순위 무담보 채권 등급을 기존 'Baa2'에서 'Baa3'로 낮췄다. 'Baa3'는 투자적격 등급 내에서 가장 낮은 단계다. 단기 등급도 'P-2'에서 'P-3'로 하향 조정했다.
신용등급 강등 배경에는 한국투자증권의 사업 모델이 존재한다. 고위험-고수익 사업 모델로 점진적으로 변화하면서 자금 조달 구조가 약화됐다는 게 무디스의 설명이다. 한국투자증권의 위험 선호도 비율은 올해 상반기 기준 24.5%로 동종 업계 평균인 20%를 웃도는 수준이다. 이는 증권사 자체가 보유한 위험 자산의 규모를 의미한다.
특히 내년부터 발행어음을 통해 의무적으로 모험자본에 투자해야 하는 비중이 최대 25%까지 늘어난다. 벤처기업 투자 자체가 비교적 고위험을 담보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위험 선호도는 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도에 가까운 발행어음 규모도 문제 삼았다.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잔고는 상반기 기준 약 18조원으로 자기자본의 174%에 달한다. 한도치인 200%에 근접한 수준이다. 이 같은 공격적인 영업활동이 자산·부채 구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무디스뿐 아니라 국내 신용평가사도 시장 유동성이 위축될 경우 자산·부채 만기 불일치에 따른 리스크가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기도 했다.
이 같은 리스크가 시장에 부각되자, 일각에선 한국투자증권의 IMA 사업 인가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IMA가 투자자들의 원금 지급 의무가 부여되는 사업인 만큼, 재무 건전성 등도 평가에 반영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IMA 지정 요건으로 자기자본(8조원), 내부통제, 이해상충 방지체계, 대주주 요건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정성적인 요인들을 집중해서 들여다볼 경우,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건 결국 원금보장형 상품을 출시하는 회사 입장에선 불안감을 가중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되기 때문에 당연히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리스크는 맞지만 인가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다. 익명을 요구한 신용평가사 한 연구원은 "국내 신용평가사 등급은 아직 변동이 없고, IMA는 발행어음보다 조달 기간이 길어 리스크가 덜한 측면이 있다"며 "또 금융당국도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으로 이 같이 적극적으로 사업을 해온 것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이슈라고 볼 순 없다"고 설명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첫 심사다보니 금융당국도 정량적인 부분에 집중할 것이고, 한국투자증권은 경쟁사들 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전사적으로 사업 인가를 준비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며 "신용등급 강등을 무시할 순 없지만, 여전히 시장에선 한국투자증권의 인가 가능성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이번 조정에도 불구하고 업계 최고 수준의 수익성과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건전한 재무구조와 안정적인 유동성 관리 기조에는 변함없다"며 "앞으로도 사업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장기적인 안정성과 지속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