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르포] 학교·복지·우체국까지 마비된 ‘일상’…국정자원 화재 ‘여파’ 계속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929010015928

글자크기

닫기

김태훈 기자 | 이하은 기자 | 최민준 기자

승인 : 2025. 09. 29. 18:39

전산망 마비로 일상 곳곳서 피해 속출
정부 "국민 불편 최소화 위해 노력"
KakaoTalk_20250929_102300786_02-side
29일 서울의 한 주민센터와 우체국에 각종 업무 중단 문구가 붙어있다. /김태훈·이하은 기자
"금요일까지 시스템 복구가 안 되면 명절에 고향은 어떻게 가나요." (직장인 서민주씨)

"남은 생활비가 6만원뿐인데 수당이 언제 지급될지 모르겠어요." (취업준비생 조민국씨)

"생활기록부·출결 처리를 마감해야 하는데 데이터가 날아갈까 두려워요."(초등교사 A씨)

지난 26일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전산실 화재로 정부 핵심 전산망이 마비되면서 학교·복지·직장 등 사회 전반이 사실상 멈춰 섰다. 복지급여와 행정 업무가 중단되고 학생 성적 관리와 교무 행정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등 일상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29일 오전 8시 30분께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주민센터. 민원실 앞 무인 민원 발급기에는 '국정자원 화재로 인해 관내 무인 민원 발급기 서비스 이용 불가'라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민원실 안쪽에도 '화재로 인해 일부 상담 서비스 지원 불가'라는 안내문이 보였다.

지갑을 분실한 직장인 서민주씨는 신분증 재발급을 위해 이날 아침 일찍 센터에 방문했다. 전산망 마비 소식을 듣고 주말 내내 발만 굴렀던 서씨는 "원래 모바일 신분증으로 비행기 탑승 수속을 할 계획이었지만 국가 전산망 마비 소식을 듣고 급하게 임시 신분증을 발급하러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민등록증 재발급은 물론 임시 신분증 발급까지 모두 중단돼 서씨는 빈손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우체국을 찾은 시민들도 각종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전자우편과 방문예약 서비스가 중지되며 시민들은 직접 우체국에 방문해 택배 등 우편을 접수해야 했다. 아시아투데이가 경기 성남과 서울 서초·영등포·서대문구의 우체국 5~6곳을 방문한 결과 착불·안심소포와 신선식품 접수가 중지된 상태였다. 전산망이 완전히 복구되지 않아 물품 배송의 정확한 추적이 불가능하고 배송 지연 가능성도 여전한 탓이다. 일부 우체국에서는 "시간을 버렸다"며 항의하는 사람도 있었다.

국가 전산망 마비는 생계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서울 금천구 조민국씨(25)는 매달 국민취업제도 구직촉구수당 50만원으로 생활하고 있다. 조씨는 오늘 오전 담당 상담사로부터 "전산 장애로 수급자격 심사가 지연돼 이번 달 지급이 늦어질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 그는 "정부 시스템이 하루빨리 복구되지 않으면 기본적인 생활조차 어려울 지경"이라고 말했다.

교육 현장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는 "월말이라 학생 출결 처리를 마무리하고 생기부·성적평가를 입력해야 하는데 데이터가 손실될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초등학교 6학년 담임 B씨는 "중학교 입학 원서를 접수해야 하는 시기"라며 "가족관계증명서 등 필수 서류 발급이 막히면 접수 자체가 지연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번 국정자원 화재로 중단된 서비스는 모두 647개다. 이 가운데 96개는 화재로 직접 피해를 본 시스템이며, 나머지 551개는 전산실 항온·항습기가 꺼지자 보호를 위해 선제적으로 가동을 중단한 시스템이다.

정부는 국민 안전, 국민 재산과 경제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시스템을 최우선으로 복구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국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투명하게 상황을 공유하고, 업무 연속성 유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태훈 기자
이하은 기자
최민준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