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 금융 73조·포용금융 7조 배정
국민성장펀드·첨단전략산업 지원 포함
AI 기술 기반 영업 체질 전환에 속도
건전성 관리·자본 안정성 강화 병행
소상공인·저신용층 등 금융 혜택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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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금융 명가로서의 정체성을 본격적으로 발휘하고, 첨단전략산업을 중심으로 성장을 이끄는 선도적 역할을 하겠다."
우리금융그룹이 향후 5년간 생산적 금융 전환과 포용금융 확대에 80조원을 투입한다. 정부가 연일 금융권에 생산적·포용금융 확대를 주문하는 가운데, 은행권 중에서 선제적으로 구체적 실행 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가계·주택담보대출 중심의 영업 관행에서 벗어나 첨단전략산업 기업 성장을 지원하고,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올해 보험사 인수를 마무리하며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한 가운데, 임종룡 회장은 이번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그룹의 지속가능한 성장 토대를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기업과 산업으로 시중 자금이 흐르는 현 환경이 우리금융의 전통적 강점인 기업금융 경쟁력 제고에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29일 우리금융은 이날 서울 중구 본사에서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 최고경영자 합동 브리핑'을 열고, 오는 2030년까지 전 계열사를 통해 생산적·포용금융에 총 80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생산적 금융 전환에 73조원, 포용금융 확대에는 7조원을 배정했다.
세부적으로 생산적 금융 전환에는 국민성장펀드 참여 10조원을 비롯해 그룹 자체 투자 7조원, 첨단전략산업에 대한 융자 56조원이 포함됐다. 특히 국민성장펀드 10조원은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이 제시한 15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 조성 방안 이후 민간 차원에서 처음 추진되는 사례로, 민간·국민기금 75조원의 약 13%에 달한다.
또 우리금융은 그룹 공동투자펀드와 자산운용사 주체의 생산적 금융 펀드를 조성해 AI, 바이오, 방산 등 10대 첨단전략산업 기업에 집중 투자하고, 'K-테크' 프로그램을 통해 각 산업의 우량 중견·중소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도 확대할 예정이다.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포용금융 부문도 강화한다. 은행·저축은행·캐피탈을 중심으로 햇살론, 사잇돌2 등 서민금융대출에 7조원 규모를 공급한다. 특히 신용등급 7등급 이하 저신용 신규 고객에겐 금리를 0.3%포인트 낮추고, 성실상환 고객에 대해서도 신용등급에 따라 0.2~1.5%포인트 인하 혜택을 제공해 금융비용 부담 완화에 나선다. 우리금융은 이를 통해 향후 5년간 약 55만명의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이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했다.
AI 기반 경영시스템 구축도 속도를 낸다. 기업여신과 RM(기업금융전문가) 업무 등 기업금융 전 과정에 AI 에이전트를 우선 도입해 생산적 부문으로의 자금 공급을 뒷받침할 계획이다. 내년 하반기까지 50여 개 생산적 금융 관련 업무에 AI 기술을 적용해 기업금융 프로세스 전반을 고도화하는 것이 목표다.
생산적·포용금융 확대에 따라 우려되는 건전성 악화에는 선제적으로 대응한다.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을 축소하고, 확보된 대출 여력을 기업·투자자산 대출로 전환해 여신 포트폴리오를 기업대출 중심으로 재편한다. 실제 우리은행의 부동산 임대업 대출 비중은 지난해 말 31.3%에서 올해 8월 28.1%로 3.2%포인트 낮아졌고, 같은 기간 첨단산업 관련 대출 등 신성장금융 대출 비중은 14.5%에서 17.5%로 3%포인트 높아졌다. 이를 포함해 우리금융은 현재 50% 수준인 기업여신 비중을 장기적으로 60%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우리금융은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위험가중치 조정분을 생산적 금융에 우선 반영해 자본 안정성 영향을 최소화하고, 투자심사조직 신설과 신용평가모형 고도화를 통해 건전성 관리에도 만전을 기한다.
임 회장은 "국가 경제 전환기에 우리금융이 맡은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이번 프로젝트를 진정성을 갖고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며 "국가와 기업, 사회, 금융이 함께 성장하는 생산적·포용금융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우리금융이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은 만큼, 향후 다른 금융사들도 정부 기조에 발맞춰 생산적·포용금융 실행 방안을 잇달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날 열린 금융위원장과 20개 은행장과의 첫 회동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정부가 은행권 자본규제를 개선한 만큼, 각 은행들도 생산적 금융을 적극적으로 공급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