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부품업계도 버티기 어려워
결국 소비자가 비용 떠안는 구조
업계 "美 시장 경쟁력 약화 우려"
|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미국의 25% 관세에 대응해 고급 브랜드를 앞세운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지난 4월 대미 자동차 수출이 적용된 이래 2분기 영업이익의 경우 현대차가 8282억원, 기아가 7860억원 감소했다.
현대자동차그룹에 따르면, 현 수준의 관세(25%)가 지속될 경우 현대차·기아는 각각 4000억원, 3000억원대의 비용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예상대로라면 올해 말까지 현대차·기아가 부담해야 할 관세 비용은 4조 2000억~5조원에 이를 수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자동차 및 부품 관세 인하 시점이 미뤄질수록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정부가 미국과의 관세협상에서 현재 25% 자동차 관세를 조속히 낮추지 못할 경우 미국에 진출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적자는 누적될 것"이라면서 "그러면 프리미엄 전략으로 대응하는 국내 기업들도 고관세 장기전에 들어가기 때문에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 가격을 높이지 않고는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세로 상승한 가격 부담을 일정기간 공급자가 부담할 수 있으나 고관세가 장기화되면 소비자가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미국 내에서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와 대형 SUV차량을 앞세운 프리미엄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이는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유지하기 어려운 전략"이라면서 "오는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이후에도 자동차 관세를 낮추지 못하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미국 내 자동차 가격은 분명한 변동을 유발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고관세가 장기화되면 완성차 부품업계의 부담으로 미국 내 자동차 판매가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는 고관세를 일정기간 견딜 수 있는 여유가 있다고 해도, 중소 부품업계는 관세로 인한 자동차 가격 인상 없이 관세 영향을 그대로 흡수하면서 부품공급을 계속할 수 없다"면서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중소기업들은 관세로 인한 부담을 그대로 짊어지고 가격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미국 내에서 경쟁하고 있는 토요타와 폭스바겐 등 해외 완성차 업체들과의 경쟁 역시 자동차 가격 변동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도 내놨다. 이 교수는 "토요타나 폭스바겐이 미국에서 적용받는 관세가 현대차보다 유리한 상황에서 현대차가 가격을 올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현재 가격을 유지하려면 딜러들의 인센티브를 줄이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공급망이 흔들리고, 수익 유지와 판매량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미국 내 생산량을 높이지 않는 한 가격 유지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조만간 미국에서 선보이는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브랜드의 경우 가격 책정에 있어서 관세 영향이 일정부분 있을 것"이라면서 "새로 런칭하는 차량 모델들에 관세 영향을 반영할 수도 있다"고 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올 가을 미국에서 선보이는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브랜드 경우, 차량 가격은 4만3660달러~5만8280달러로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