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체-약물 접합체' 신성장동력 육성
차세대 항암 치료제 각광… 개발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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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C(항체-약물 접합체) 같은 차세대 플랫폼 기술은 물론, 비만치료제, 뇌전증 치료제 등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도약을 준비 중이다. 신약 개발은 막대한 자금과 시간이 소요되지만, 성공할 경우 수조 원 이상의 시장을 열 수 있는 '게임 체인저'다. 신약 개발은 단일 기업의 도전을 넘어 국가 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과제다. 이에 이번 기획 시리즈에서는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신약 개발 현황과 전략, 그리고 그 배경을 집중 조명한다.
특히 중국·인도의 부상, 글로벌 빅파마와의 경쟁 속에서 K-바이오가 어떤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살펴볼 예정이다.
삼성그룹 바이오 사업이 변곡점을 맞았다. 그동안 CDMO(위탁개발생산)와 바이오시밀러로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굳혔다면, 이제는 '신약 개발'을 차세대 성장축으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중국과 인도의 바이오 산업이 저렴한 인건비를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데다, 혁신 신약없이는 글로벌 선두기업으로 도약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변화의 중심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있다. 최근 금융당국의 인적분할 심사 관문을 거쳐 모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품에서 벗어날 채비를 마쳤다. 오는 11월 투자지주사 역할을 하는 삼성에피스홀딩스(가칭)가 설립돼 시장에 상장되고, 그 산하에 신규 자회사가 신설돼 '이중항체 ADC(항체-약물 접합체) 플랫폼'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신약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삼성의 신약개발 경쟁력은 탄탄한 자금력에서 나온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톱5' 지위를 유지하며 가파른 실적 상승세를 기록해왔기 때문이다. 현금 창출력도 작년 기준 2800억원 수준에 달한다. 차세대 항암 치료물질 성과가 수년 내 가시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에피스홀딩스 산하에 설립될 신설 자회사는 'ADC에 사용되는 이중항체 구조 설계 플랫폼' 개발을 추진할 전망이다. 바이오업계에서 '플랫폼'은 여러 신약 후보나 치료제 개발에 반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기술·시스템이다. 한번 플랫폼이 구축되면 확장성이 크기 때문에 신약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비용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신설 자회사는 다양한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해 향후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 이전하거나 공동 개발하는 바이오텍 모델을 따를 계획이다.
ADC플랫폼은 차세대 항암 치료제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특히 이중항체 ADC는 암세포를 더 정밀하게 찾아내고 동시에 두 가지 공격을 가할 수 있는 신약 플랫폼이다. 내성은 낮으면서 치료 성공률이 높기 때문에 글로벌 바이오사들이 경쟁적으로 이중항체 ADC 개발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글로벌 ADC 시장 규모는 연 평균 27% 씩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발맞춰 김경아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은 2023년 말 취임 후 ADC 개발을 주도해왔다. 김 사장은 삼성 바이오시밀러 개발 연구원 출신으로, 전문성을 겸비한 삼성그룹 최초 여성 CEO(최고경영자)로 평가받는다. 특히 작년부터는 바이오텍 인투셀과 협력을 본격화했다. 인투셀은 자체 보유한 링커와 약물 기술을 제공하고, 이를 활용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최대 5개 항암 타깃을 대상으로 한 ADC 후보물질을 제조·평가하는 방식이다. 신설 자회사는 이를 이어받아 이중항체 ADC 후보물질 개발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삼성의 신약개발 추진에 시장이 주목하는 이유는 탄탄한 자금력 때문이다. 신약 개발을 위해선 중장기적으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투자지주사 역할을 담당할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인적분할 후 승계받은 자금을 통해 신설 자회사에 자금수혈을 할 계획인데, 전신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유동성 상황이 긍정적이다. 실제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23년 이후 연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작년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837억원으로, 2년 전 대비 6%가량 늘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자체 자금력을 기반으로 신설 자회사를 설립할 예정이며, 추가적인 외부 자금조달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다만, 신약 개발을 위해선 대규모 투자금이 필요한 만큼 언젠가는 상장은 불가피할 것이란 게 시장의 시각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향후 5년 동안 상장을 하지 않기로 약속했지만 이후 IPO(기업공개)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수현 DS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경우 향후 나스닥 상장 가능성도 열려 있다"며 "5년 후 삼성바이오에피스 상장 가능성은 삼성에피스홀딩스의 디스카운트 심화 요인"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