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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배추 한포기에 1만 원? 과학으로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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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10. 0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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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원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원예작물부장
명절 무렵 가장 먼저 들썩이는 밥상 물가의 주인공은 단연 배추다.

특히 여름철 출하되는 배추는 장마, 폭염, 연작 피해라는 복합적인 악조건 속에서 생산이 불안정해 가격이 크게 출렁이기 마련이다. 지난해에는 한 포기가 만 원에 육박하며 '금배추 대란'이라는 말이 나왔고, 농민과 소비자 모두가 큰 부담을 감수해야 했다.

배추는 단순한 채소가 아니라 농가의 생계와 국민 생활과 직결된 '민생 작물'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 같은 구조적인 문제를 풀기 위해 농촌진흥청은 과학기술을 앞세운 '여름철 배추 수급 안정 종합대책'을 추진해 왔다. 그 핵심은 장기 저장기술, 병해충 방제, 기계화, 재배지 다변화 등 네 가지다.

우선 저장기술을 보면, 기존에는 저장기간이 짧아 봄철 배추를 여름까지 활용하기 어려웠지만, 엠에이(MA) 필름, 능동형 시에이(CA) 저장을 활용해 90일 이상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6월에 수확한 배추를 추석 전후까지 공급할 수 있게 돼 가격 급등기에 안정적인 물량 확보가 가능해졌다.

둘째는 병해충 관리다. 고랭지 배추밭에서 피해가 큰 씨스트선충과 반쪽시들음병은 매년 농민들의 발목을 잡았다. 농촌진흥청은 올해 공적방제를 통해 고랭지 배추밭 317ha를 대상으로 씨스트선충 방제를 추진하였다.

또한 토양소독(훈증)과 살선충제(비훈증) 효과를 분석하여 내년에는 현장 맞춤형 방제법을 제시할 예정이다. 반쪽시들음병 방제는 2022년에 개발 후 민간기업을 통해 제품화한 길항미생물 퇴비와 토양개량제를 활용했다.

토양소독 후 길항미생물 퇴비를 처리하면 출하율을 50%에서 90%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올해는 강원특별자치도와 협력해 600ha 이상의 배추밭에 길항미생물 제제를 공급하여 안정생산을 이끌었다.

셋째는 기계화다. 정식과 수확은 노동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고된 작업이지만, 자동 정식기와 수확기가 개발되면서 노동 강도가 획기적으로 줄었다.

정식기의 경우 기존보다 노동력을 7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수확기는 사람이 밑동을 절단한 배추를 최대 100포기까지 자동으로 모을 수 있어 농민들의 부담을 크게 줄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은 재배지 다변화다. 기후변화로 고랭지 재배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준고랭지이다.

농촌진흥청은 고온 스트레스에 강한 품종, 지온을 낮추는 필름, 기온을 낮추고 병해충 방제에도 활용할 수 있는 미세살수 장치 등을 투입해 준고랭지에서도 상품률 90% 배추를 생산하는 성과를 거뒀다.
1000ha 규모의 재배지가 추가로 확보되면 여름배추 생산량의 20% 가까이를 추가 확보할 수 있어, 공급안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모든 성과 뒤에는 연구기관, 지자체, 정부, 공기업, 민간기업이 함께한 긴밀한 협력이 있었다. 연구진은 실험실을 넘어 현장에서 바로 실증을 이어갔고, 성과는 제도와 정책으로 확장되고 있다. 과학과 현장, 정책이 맞물려 돌아간 덕분이다.

여름철 배추 수급 안정은 한 해 농사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곧 농가의 소득 안정과 소비자의 부담 완화, 나아가 국가 식량안보와 직결된다. 저장 기술 고도화, 병해충 관리체계 확립, 기계화 확산, 재배지 다변화가 자리 잡으면, '금배추 대란'은 머지않아 과거의 기억으로만 남을 것이다.

밥상 물가를 지키는 과학, 농민의 땀을 덜어주는 연구. 농촌진흥청의 여름배추 연구는 이제 결실을 맺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풍성한 성과로 이어질 것이다. 국민 모두가 안심하고 김치를 담글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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