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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준의 왼발’ 서울이랜드, 성남 무패 행진 끊고 PO권 경쟁 합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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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찬 선임 기자

승인 : 2025. 10. 04. 22:49

서울이랜드, 성남 원정에서 2-0 승리…승점 48점으로 6위 도약
변경준, 이랜드 통산 100경기서 결승골, 13경기 무패 성남 제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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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랜드 선수단이 성남전 2-0 승리 후 원정 응원석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변경준의 왼발'이 서울이랜드를 웃게 했다. 치열한 승격 경쟁의 한복판에서 맞붙은 성남FC와 서울이랜드FC의 대결은 끝내 원정팀의 집중력이 승부를 갈랐다.

서울이랜드는 3일 오후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2 2025 32라운드 경기에서 성남을 2-0으로 꺾으며 승점 48점을 기록, 다득점에서 앞서 성남을 제치고 6위에 올랐다. 13경기 무패를 달리던 성남은 홈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며 7위로 내려앉았다. 이랜드로서는 2017년 이후 성남 원정 무패 기록을 이어가면서 순위 경쟁에서 다시 활기를 불어넣게 됐고, 성남은 상승세가 꺾이며 뼈아픈 분수령을 맞이하게 됐다.

경기의 초반은 치열한 공방에도 불구하고 균형이 쉽게 깨지지 않았다. 전경준 감독이 이끄는 성남은 4-4-2 전형을 꺼내 들었다. 후이즈와 류준선이 투톱을 이루고, 프레이타스와 이재욱, 박수빈, 박병규가 중원을 구성했다. 신재원과 정승용이 측면을 오르내렸지만, 이랜드 수비진은 단단했다.

김도균 감독이 이끄는 서울이랜드는 4-3-3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나섰다. 전방에는 박경배와 정재민, 에울레르가 나섰고, 박창환과 오스마르, 백지웅이 중원을 형성했다. 김오규와 곽윤호가 중앙에서 버티고 채광훈과 김하준이 측면을 지켰다. 양 팀은 포메이션만큼이나 확실한 대비를 준비했지만, 전반전은 성과 없는 탐색전으로 흘러갔다.

성남은 전반 18분 류준선과 박병규를 빼고 레안드로와 김정환을 투입하며 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교체 직후에도 공격 전개는 매끄럽지 않았다. 오히려 이랜드가 기회를 잡았다. 전반 20분 에울레르가 날린 강력한 중거리 슈팅은 양한빈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후반 들어서도 서울이랜드가 먼저 위협했다. 후반 4분 박창환의 슈팅 역시 양한빈이 몸을 던져 막아냈고, 후반 30분 에울레르의 감아차기는 골문을 아슬아슬하게 빗나갔다.

성남은 후반 32분 레안드로가 오른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후이즈가 헤더로 연결했으나 골문 위로 넘어갔고, 후반 34분에도 신재원의 크로스를 받은 후이즈의 머리슛이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양 팀 모두 골키퍼와 수비진의 집중력 앞에 막히며 답답한 흐름을 이어갔다.

팽팽하던 흐름은 경기 막판에 급격히 기울었다. 서울이랜드는 후반 27분 박경배와 오스마르를 빼고 변경준과 허용준을 투입하며 공격에 무게를 실었다. 김도균 감독의 교체 용병술은 적중했다. 후반 40분, 허용준이 오른쪽에서 내준 패스를 받은 변경준이 페널티박스 오른쪽 부근에서 왼발 감아차기를 시도했다. 공은 완벽한 궤적을 그리며 양한빈이 손쓸 수 없는 코스로 빨려 들어갔다. 작년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며 '변바페'라 불렸던 그였지만, 부상과 부진으로 올 시즌 리그에서 6개월 가까이 골 침묵에 시달린 끝에 찾아낸 결승골이었다.

더구나 이날 경기는 그의 서울이랜드 통산 100번째 출전 경기였다. 리그 96경기와 코리아컵 4경기를 포함한 기록으로, 이는 김영광, 전민광, 유정완, 김민규에 이어 구단 역대 다섯 번째 100경기 달성이다. 이번 득점은 시즌 3호골로, 지난 4월 13일 부산 원정 이후 약 6개월 만에 터진 값진 골이기도 했다.

이 결승골로 흐름을 잡은 서울이랜드는 추가시간에 쐐기를 박았다. 후반 추가시간 5분 김오규의 프리킥 상황에서 양한빈이 수비와 충돌하며 공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이를 허용준이 놓치지 않고 침착하게 밀어 넣으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서울이랜드 이적 후 첫 골을 넣은 허용준에게도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 결국 경기는 서울이랜드의 2-0 완승으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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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전경준 감독이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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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랜드 김도균 감독이 성남전 승리에 대한 소감을 전하고 있다.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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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골을 기록한 서울이랜드 변경준이 경기 후 수훈 선수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경기 후 감독들의 표정은 엇갈렸다. 전경준 성남 감독은 "홈에서 패배하고 13경기 무패가 끊긴 점에 아쉽게 생각한다. 경기하다 보면 피곤하고 실수할 수 있는데 대응이 잘 되지 않았다. 승점 차가 촘촘하기 때문에 남은 경기에서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공을 뺏은 뒤 우리가 하고자 한 방향으로 전개되지 못하면서 부하가 왔다. 준비 시간이 많지 않지만 잘 회복하고 우리가 하려는 축구의 방향을 잃지 않겠다"며 선수들을 다독였다.

반면 김도균 서울이랜드 감독은 결과와 과정 모두에서 의미를 찾았다. 그는 "중요한 고비였고, 양 팀 다 힘든 경기를 했다. 외국인 공격수들이 빠진 상황이라 쉽지 않았지만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다. 내용적으로 부족했을 수 있으나 집중력 있는 득점으로 승리해 기쁘다"며 교체 투입 선수들을 칭찬했다. 이어 "무실점으로 마무리한 점이 특히 의미 있다. 수비할 때 끈끈하게 조직적으로 버틸 힘이 있다는 걸 보여줬다. 수훈 선수로는 주장 김오규를 꼽겠다. 뒤에서 팀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후이즈를 맡은 곽윤호가 맨투맨 수비를 잘 수행했다. 한두 번 헤더를 허용했지만 전반적으로 임무를 충실히 해냈다"며 젊은 수비수의 활약도 언급했다.

경기의 주인공 변경준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벅찬 소감을 남겼다. "오늘부터 3연전이 시작됐는데 첫 단추를 잘 끼워 행복하다. 오른발잡이지만 왼발 슈팅을 많이 연습했는데 그게 오늘 나온 것 같다. 찰 때 들어갈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웃었다. 그는 세리머니 후 트랙에 주저앉은 이유에 대해서도 "공격수로서 골을 넣지 못해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컸다. 골을 넣으니 그동안 쌓였던 감정이 터졌다. 비 오는 날에도 응원해준 팬들에게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날 경기에는 많은 관중이 찾아 승격 경쟁의 열기를 체감케 했다. 서울이랜드 원정석에도 추석 연휴임에도 불구하고 팬들이 모여 선수들의 땀을 함께했다. 경기 후 원정석으로 달려가 감사 인사를 전한 변경준의 모습은 팀과 팬이 함께 만든 순간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이 승리로 서울이랜드는 승점 48점으로 3위 부천, 4위 전남, 5위 부산(이상 49점)을 승점 1점 차로 추격했다. 8위 김포 역시 47점으로 턱밑까지 따라붙어 있다. 불과 2점 차 안에서 3위부터 8위까지 6팀이 몰려 있는 구도다. 남은 6경기 결과에 따라 승격 플레이오프 진출권은 매 라운드마다 뒤바뀔 수 있다. 김도균 감독은 "올해는 낮은 위치에서 따라가는 입장이라 부담이 오히려 덜 된다. 선수들이 편안하게 경기를 즐기며 공격적으로 나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성남으로서는 아쉬움이 크다. 무패 행진이 끊겼고, 두 경기 연속 승점을 쌓지 못하면서 플레이오프 진입에 제동이 걸렸다. 그러나 전 감독은 "승점 차가 크지 않다. 지더라도 경우의 수를 보며 끝까지 가야 한다. 남은 경기에서 우리가 준비한 축구를 일관되게 해야 한다"며 다시 일어설 것을 다짐했다.

승격 경쟁의 막바지로 향하는 K리그2는 이번 성남-서울이랜드전으로 더욱 요동치게 됐다. 한 방의 집중력, 한순간의 실수가 순위를 가르고 승격의 명운을 바꿀 수 있는 시점이다. 성남의 무패를 끊은 서울이랜드의 날카로운 왼발 한 방은 그 상징적인 순간으로 남았다.
전형찬 선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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