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나무 아교포수 닥나무 한지·대나무·실크실·먹 등 40X49.5cm, 2000. 그림 조성자, 방패연 제작 리기태 Collaboration
방패연 속 '명월'은 조선 마지막 궁중여류시인 최송설당의 자작시를 서예로 형상화한 문학적 걸작이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오동가지 걸친 달아"로 시작하는 이 시는 전통 민요의 후렴구를 차용하면서도 독창적 정서를 담아냈다. 샌날 조성자는 원로 한글서예 작가이다. 중앙의 원형 구조를 중심으로 방사형 배치된 한글 서예는 달빛처럼 은은하면서도 품격 있는 조형미를 완성하여 마치 둥근 하늘에 뜬 방패연을 연상한다.
최송설당은 홍경래 난으로 몰락한 가문을 일으키고 대한제국 황태자의 보모가 된 파란만장한 인물이다. "월벽 설벽에 천지 벽요 경지 더욱 절승하다"는 구절에서 그녀의 불굴의 의지와 미적 감수성이 드러난다. 근대화 물결 속에서도 전통 한시와 가사를 고수했던 송설당 정신이 방패연을 통해 현대적으로 재해석되었다.
전통문학을 현대적 서예예술로 승화시킨 작품은 궁중문학의 품격과 민속예술의 생명력이 만나는 지점에서 독특한 문화적 가치를 창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