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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현지시간) 열린 이번 행사는 포틀랜드를 상징하는 이벤트인 '월드 네이키드 바이크 라이드(World Naked Bike Ride)'의 '긴급판'으로, 이 도시 특유의 풍자적이고 자유로운 저항 문화를 그대로 보여줬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쌀쌀한 가을비가 내리고 기온이 12도 안팎에 머물렀지만, 참가자들은 개의치 않았다. 일부는 헬멧만 착용한 채 완전히 나체로 자전거를 탔고, 다른 이들은 개구리·유니콘·바나나 등 우스꽝스런 탈을 쓰고 거리로 나섰다.
주최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방위군을 동원해 시위를 진압하려는 시도에 반대하기 위해 이번 '비상 시위'를 열었다"고 밝혔다.
참가자 재닌 킹(51)은 "이건 포틀랜드다운 방식의 저항"이라며 "군대가 우리 도시에 들어오는 건 절대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양말과 모자, 가발만 걸친 채 따뜻한 차를 마시며 "이 정도 추위쯤은 괜찮다"고 웃었다.
시위대는 도심을 가로질러 이민세관단속국(ICE) 청사 앞으로 이동했다. 경찰은 "도로를 점거하면 체포될 수 있다"며 시위대를 인도로 옮기려 했지만, 참가자들은 노래를 부르고 손을 흔들며 평화롭게 항의했다.
최근 포틀랜드에서는 ICE 청사 앞에서 연일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연방 경찰이 최루탄 등을 사용해 해산을 시도하고 있지만, 시민들은 "폭력보다 연대와 유머가 더 강력하다"고 맞서고 있다.
앞서 지난 5일 연방 판사는 트럼프 행정부의 군 투입 계획을 일시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에 대한 항소심 판결이 조만간 나올 예정이다.
포틀랜드의 '나체 자전거 시위'는 2004년부터 매년 포틀랜드에서 열리고 있다. 처음에는 환경오염과 차량 중심 도시화에 대한 항의로 시작됐지만, 이제는 표현의 자유와 인권을 상징하는 시민 참여 행사로 발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