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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의류공장서 대형 화재…최소 16명 사망, 수십 명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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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5. 10. 15. 11:15

BANGLADESH-ACCIDENT-FIRE <YONHAP NO-0140> (AFP)
14일(현지시간) 방글라데시 다카의 의류공장 화재 현장 밖에서 한 유족이 의류 공장 노동자였던 희생자의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소방당국은 이날 화재로 최소 16명이 숨졌다고 밝혔다/AFP 연합뉴스
방글라데시 다카의 의류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최소 16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다쳤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 등에 따르면 전날 정오 무렵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에 위치한 4층짜리 의류 공장에서 발생한 불이 인접한 화학물질 창고로 번지면서 최소 16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당했다.

의류 공장 3층에서 시작된 불길은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번졌고, 바로 옆에 붙어있던 화학물질 창고로 옮겨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창고에는 표백분·플라스틱·과산화수소 등 인화성 높은 물질들이 보관되어 있었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화학물질이 폭발하며 발생한 '플래시오버(순간적인 화염 확산)' 현상으로 치명적인 유독가스가 순식간에 퍼져나갔다"며 "많은 노동자들이 의식을 잃고 건물 안에 갇혔다"고 밝혔다.

비극을 키운 것은 잠긴 문이었다. 타줄 이슬람 초두리 소방국장은 "초기 조사 결과 공장에는 양철 지붕과 함께 그릴 형태의 문이 있었는데 이 문이 잠겨 있었다"며 "노동자들은 위로도, 아래로도 탈출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소방 당국은 3시간여 만에 공장 건물의 불길은 잡았으나, 화학 창고의 불은 계속 됐다.

화재 소식이 전해진 후 새까맣게 타버린 공장 건물 앞으로 수백 명의 가족들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실종된 가족의 사진을 손에 든 채 애타게 이름을 부르며 오열했다. 공장에서 일하던 한 노동자의 아버지는 현지 언론에 "딸이 저기서 일했다.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왔지만, 아직 딸을 찾지 못했다"며 "그저 내 딸을 돌려받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소방 당국은 "희생자들의 시신이 너무 심하게 훼손돼 신원 확인을 위해 DNA 검사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현지에선 이번 참사가 방글라데시 의류 산업의 고질적인 안전 불감증이 낳은 예견된 인재(人災)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당국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한 의류 공장과 화학 창고 모두 어떠한 소방 안전 승인이나 계획도 없이 운영되고 있었다. 세계 2위의 의류 수출국인 방글라데시에선 400만 명의 노동자가 의류 산업에 종사하며 국가 국내총생산(GDP)의 10%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하지만 열악한 노동 환경과 안전 문제는 끊임없이 지적돼 왔다.

방글라데시에선 지난 2012년 글로벌 브랜드에 납품하던 타즈린 패션 공장 화재로 112명이 숨진졌다. 이듬해인 2013년에는 8층짜리 라나 플라자 건물이 무너지면서 1135명의 의류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최악의 참사가 발생했다. 당시 '값싼 옷의 인권 비용'에 대한 전 세계적인 분노가 일었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비극은 되풀이되고 있다.

무함마드 유누스가 이끄는 방글라데시 임시 정부는 깊은 애도를 표하며 철저한 진상 조사와 피해자 지원을 약속했다. 당국은 현재 연락이 두절된 공장 소유주들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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