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쟁부 등 '지분 10%' 확보 가능성
최윤범 회장, 경영권 분쟁 유리 시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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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투자는 미국 정부 및 현지 투자자가 참여한 합작법인 형태로 진행된다. 고려아연은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미국 측을 대상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해 약 2조8500억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번 증자로 고려아연 지분 10.3%를 보유하는 미국 정부 측이 사실상 최윤범 회장의 우호지분으로 기능하는 만큼, 최 회장은 영풍-MBK와 경영권 분쟁에서 우위에 점할 것이란 분석이다.
15일 고려아연은 미국 내 통합 비철금속 제련소 건설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강화하겠다고 공시했다.
고려아연은 미국 테네시주에 있는 기존 니어스타 제련소 부지를 인수한 뒤 이를 활용해 기반시설을 재구축한다. 이곳에선 아연 공정을 이해하는 전문 인력 수백여 명의 고용 승계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제련소는 2026년 부지 조성을 시작으로 건설에 착수하며, 2029년부터 단계적 가동과 상업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연간 약 110만톤의 원료를 처리해 54만톤 규모의 최종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총 예상 투자 규모는 74억3200만 달러(약 10조9000억원)다. 먼저 미국 전쟁부와 투자자들이 함께 마련한 21억5000만 달러(약 3조2000억원)가 투입된다. 미 상무부는 CHIPS법(Chips Act)에 따라 미국 장비 조달 및 그 밖의 목적을 위해 자금 2억1000만 달러(약 3100억원)를 지원할 예정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테네시에서 추진되는 고려아연의 프로젝트는 미국의 핵심광물 판도를 바꾸는 획기적인 딜"이라고 평가했다.
고려아연과 미국 정부, 현지 방산업체 등이 출자한 합작법인 크루서블(Crucible JV LLC)을 통해 19억4000만 달러(약 2조8500억원)을 조달한다. 고려아연은 이 합작법인을 대상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은 최윤범 회장이 주도해온 대미 광물 협력 구상이 구체화된 결과다. 올 상반기 고려아연은 안티모니의 첫 대미 수출을 성사시키며 미국 시장 진출의 신호탄을 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고려아연이 생산 중인 안티모니는 미국 방위산업에 활용되는 핵심 소재로, 미국의 대중 수입 의존도는 70%를 넘는다.
이어 8월 최 회장은 한미 정상회담 경제사절단으로 방미해 미국과의 전략광물 협력을 구체화했다. 당시 고려아연은 미국 현지에서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으로 급부상했다.
이달 11일 미국 국무부는 한국, 일본 등 8개국이 참여하는 경제 협력체 '팍스 실리카' 출범을 발표했다. 고려아연은 논의의 핵심 기업 중 하나로 떠올랐고 미국 제련소 건설로 이어지게 됐다. 최근 최 회장은 미국에서 강경화 주미 대사와 만나 현지 제련소 건설에 대해 논의했다.
고려아연은 이번 투자로 단순 광물 수출을 넘어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하게 된다. 한미 간 자원 동맹의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미국 내 통합제련소 건설을 계기로 고려아연은 항공우주, 방위산업에 필수적인 핵심광물을 공급하는 전략적 파트너로 입지를 공고히 할 것"이라며 "한미 경제안보 협력을 한층 강화하는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