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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 지휘체계 30년째 제자리…직급 역전·지휘 불균형에 재난 대응력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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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형 기자

승인 : 2025. 10. 16. 17:42

인천·광주·대전·경기북부·제주 ‘직급 역전’…소방이 상급 경찰 지휘하는 구조 지속
중간직위 부재로 본부장 업무 과중·현장 혼선 심화
도심 산불 확산 저지 방어선 구축 합동훈련
14일 세종시 도심 유휴부지에서 소방차 여러 대가 동시에 물을 뿌리고 있다. 세종소방본부는 이날 산불이 도심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소방차로 방어선을 구축한 뒤 1시간가량 이동 없이 살수하는 합동훈련을 진행했다. /연합뉴스
최근 대형·복합재난이 잇따르면서 소방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지만, 소방 지휘체계는 1992년 이후 30년 넘게 제자리인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지역에서는 소방본부장이 상급 기관장인 지방경찰청장을 지휘해야 하는 '직급 역전' 구조까지 이어지면서 현장 대응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상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소방청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인천·광주·대전·경기북부·제주 등 5개 시도의 소방본부장은 긴급구조통제단장으로서 재난현장을 총괄해야 하지만, 상위기관장인 지방경찰청장을 지휘해야 하는 구조에 놓여 있다.

인천의 경우 소방감(2급)이 치안정감(1급)을, 광주·대전·경기북부·제주는 소방준감(3급)이 치안감(2급)을 지휘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재난현장에서의 조정력과 협조체계가 약화되고, 실질적인 통제권이 제약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소방본부는 본부장(1~3급)과 과장(3~4급)으로 이어지는 2단계 체계다. 중간직위(차장·부장급)가 없어 본부장이 행정·정책 업무와 재난 현장 지휘를 모두 직접 맡고 있다. 실제 오송 지하차도 참사 당시에도 본부장 부재로 과장(소방정)이 동일 계급의 서장을 지휘하는 비효율 구조가 확인됐다.

반면 경찰은 18개 지방청에 경무관급 부장 53명, 해경은 5개 지방청에 부장 3명을 두고 있어 중간 지휘라인이 확보돼 있다. 소방조직만 유독 '본부장-과장' 단층 구조에 머물러 있어 지휘 혼선과 업무 과중, 승진 정체가 구조적으로 고착화된 셈이다.

또한 3급(소방준감) 이상 직위는 서울(5명), 부산(3명), 경기(9명)에 집중돼 있고, 나머지 15개 시·도는 최고직급이 소방정(4급)에 그친다. 최근 10년간 소방정 정년퇴직자 34명 가운데 31명(91%)이 비수도권 소속으로, 승진 기회 불균형도 심각한 수준이다.

정부는 이미 2019년 '지방기구정원규정'을 개정해 시·도 소방본부 내 '국' 신설을 허용하면서 중간직위 도입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또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에도 '소방본부장 지휘권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이 포함돼 있다.

이상식 의원은 "대형재난의 복잡화 속에서도 소방 지휘체계는 30년째 제자리"라며 "본부장 직급 상향과 중간직위 신설 없이는 재난현장 컨트롤타워가 공백인 상태로 참사가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긴급구조통제단장이 실질적인 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직제 정비를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남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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