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한은 정책 공조 중요성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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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한은이 물가와 경기 여건만을 근거로 금리를 내리기보다, 외환시장과 부동산 흐름을 확인한 뒤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내년 상반기까지는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하반기 인하로 전환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오는 23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2.50%로 유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물가와 소비 지표만 보면 인하 여력이 없지 않지만, 환율과 부동산이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에서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통상 한·미 금리차가 환율을 좌우해 왔으나, 현재는 관세 정책, 통화스와프 난항, 국가 신용리스크 우려 등이 작용하면서 고환율이 장기화되는 모습이다. 이 상황에서 인하 신호를 줄 경우 외국인 자금 유출과 수입물가 상승 압력이 겹쳐 통화정책의 재량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 시장도 부담이다. 6·27 대책 직후 둔화됐던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최근 반등세로 돌아섰고, 거래량과 전세가격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10·15대책이 막 시행됐으나 수요 억제형이라는 점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될 경우, 집값 상승세에 불을 붙일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증권가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 올해 4분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는 동결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안정, 성장 및 물가 등 측면에서 내년 2~3분기경 금리인하 여건이 조성된 후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내년 상반기까지 동결 후 7월 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다만 11월 인하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전날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열흘 내 무역협상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만일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고 부동산 대책 효과가 조기에 나타날 경우 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이 경우에도 환율 안정과 금융불균형 완화라는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손재성 숭실대 교수는 "지금까지 환율은 금리 격차가 좌우했지만, 최근에는 국가 신용리스크가 환율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부동산 대책이 막 나온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경기가 매우 위축된 상황에서 환율 안정이 확인되면 11월 인하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