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직 선호… 계약·인턴 채용 확대
사회적 책임 측면서 비판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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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이 신규 채용을 줄이고 있다. 역대급 수익성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디지털 전환과 비대면 거래 확산 등 구조적 변화를 이유로 비용 효율화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를 두고 사회적 책임을 등한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들이 이자마진을 통해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만큼, 채용 시장에서도 일정 부분 역할을 해야 한다는 평가다.
물론 은행들이 청년 고용 확대를 위해 정규직 전환형 계약직·인턴 채용을 늘리고 있지만, 비정규직 위주의 단발성 채용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해 정규직 신입 채용 규모는 전년 대비 26.1% 감소한 1865명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 보면 NH농협은행이 565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하나은행 405명, 우리은행 385명, 국민은행 290명, 신한은행 220명 순이었다. NH농협은행은 올 상반기 채용을 진행하지 않으면서 작년보다 50.7% 줄었고,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24.1% 감소했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채용 규모가 소폭 축소됐으며, 5대 은행 중 유일하게 하나은행만이 채용을 늘렸다.
신규 채용이 줄어든 이유는 은행업의 구조적 변화 때문이다. 디지털 전환에 따라 비대면 거래가 급증하면서 점포 통폐합 등 비용 절감이 이뤄지고 있다. 일반 행원의 활용도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일정 기간 교육이 필요한 신입보다는 즉시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을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은행들은 업무 공백 최소화와 중장년 일자리 지원을 명분으로 희망퇴직자를 3개월에서 1년(최대 2년) 단기 계약직 형태로 다시 채용하고 있다. 지점 근무자를 경험이 풍부한 단기 계약직 중심으로 배치하면 별도의 교육 없이 바로 업무 투입이 가능하다. 특히 향후 점포 통폐합이 발생하더라도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 이 같은 행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은행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대출 등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책임 또한 크다. 실제 올해 상반기 5대 은행의 순이익 합계는 9조612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그럼에도 비용 측면만 고려해 계약직 채용에 집중하는 모습은 국내 고용 시장의 불안정성을 키운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이러한 행보는 청년 일자리 확대를 강조하고 있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배치된다.
채민석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분석팀 과장은 "경력직 채용 증가는 급변하는 경제 환경에서 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거나 기존 취업자들이 경력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노동시장에 갓 진입한 청년들의 고용에는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은행들은 청년과 경력단절자 등 다양한 계층의 고용 확대를 위해 정규직 전환형 계약직·인턴 채용 확대를 내세우고 있다. 신한은행은 올해 하반기 공개채용 100명을 제외하고 계약직과 인턴 중심으로 380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문제는 이러한 방식이 단기적으로 채용 지표만 늘려 보이게 하는 '숫자 채우기식 대응'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들의 정규직 전환 약속이 전제돼 있다고 해도, 고용시장 개선 측면에서 계약직·인턴 중심 채용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관계자는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청년 세대에 실질적인 기회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신규 채용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