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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화력, 방호덮개도 안전난간도 없었다…김용균 이후에도 같은 위험 되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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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김남형 기자

승인 : 2025. 10. 23. 15:35

노동부 근로감독서 법 위반 1084건 적발…사법처리 379건·과태료 7억3000만원
회전체 방호덮개·안전난간 미설치, 분진폭발 위험장소 비방폭 설비 사용
2인1조 미준수·불법파견 등 ‘예견된 사고’ 반복
대통령실에 요구안 전달 위해 이동하는 태안화력발전 사고 대책위
엄길용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유족, 태안화력발전소 사고 대책위 관계자들이 6월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인근 전쟁기념관 앞에서 사고 희생자 고(故) 김충현 씨와 관련해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요구 서한 전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지난 6월 하청노동자 김충현씨가 숨진 사고는 우연이 아니었다.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 결과 현장에는 방호덮개와 안전난간조차 없었고, 익사 위험이 큰 설비를 혼자 작업하는 등 2인1조 원칙도 지켜지지 않았다. 2018년 김용균씨의 죽음 이후 7년이 지났지만, 발전 현장의 위험 구조는 한 치도 달라지지 않았다.

고용노동부는 23일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와 한전KPS, 한국파워O&M 등 15개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태안화력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근로감독은 지난 6월 2일 충남 태안군 태안화력발전소 정비동에서 발생한 김씨의 사망사고를 계기로 이뤄졌다. 당시 김씨는 서부발전이 위탁한 하청업체 소속으로, 회전체 설비를 점검하던 중 기계에 끼여 숨졌다. 사고 직후 "김용균의 죽음이 되풀이됐다"는 비판이 커지자, 노동부는 태안화력과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산업안전보건·기초노동질서·불법파견 등 3개 분야 근로감독을 진행했다.

근로감독 결과 노동부는 총 1084건의 법 위반 사항을 적발했다. 이 가운데 379건은 사법처리, 592건은 과태료 부과(7억3000만원), 113건은 개선명령을 내렸다.

태안화력과 협력업체들은 기본적인 안전조치조차 지키지 않았다. 회전체 방호덮개가 설치되지 않았고, 안전난간이 없는 작업대와 추락위험 구역이 곳곳에서 확인됐다. 분진 폭발 위험이 있는 저탄장에는 비방폭 전기설비가 사용됐고, 인화성 가스 취급 장소에는 감지기조차 없었다. 조명조도 기준 미달, 비상구 안내 미비, 통로 장애물 방치 등 기본적인 안전관리 부실도 반복됐다.

특히 위반 책임의 절반가량은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에 집중됐다. 산업안전 분야 사법조치 179건, 과태료 4억2000만원이 서부발전 몫이었다. 한전KPS 등 1차 수급업체에서 200건, 2차 수급업체(파워오엔엠 등 4곳)에서 78건이 추가로 적발됐다. 근로기준법 위반 규모도 컸다. 임금체불 금액만 5억4000만원에 달했으며, 이 중 대부분(5억3600만원)은 서부발전이 연차휴가 미사용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발생했다. 일부 2차 하청업체는 근로계약서에 '임금 관련 이의 제기 금지' 조항을 넣는 등 노동권을 침해한 사실도 드러났다.

2인1조 원칙 미준수도 되풀이됐다. 태안화력은 밀폐공간·굴착·방사선·잠수 등 10개 고위험 작업만 단독 수행 금지로 규정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익사 위험이 큰 수상설비 정비작업조차 혼자 수행하는 경우가 있었다. 노동부는 "2019년 법원 판례에서 협착 위험이 큰 기계작업은 2인1조가 필수라고 명시했음에도, 이를 단독작업으로 분류했다"며 즉각 시정을 요구했다.

불법파견도 확인됐다. 한전KPS와 협력업체 2곳이 수행한 전기·기계 정비공정은 모두 불법파견으로 판단됐다. 노동부는 원청에 소속 하청노동자 41명을 직접 고용하도록 시정지시했으며, 원청 및 협력업체 대표이사를 입건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태안화력발전소 감독 결과는 단순히 한 사업장의 법 위반을 넘어, 왜 같은 유형의 죽음이 반복되는지 우리 사회가 마주해야 할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 것"이라며 "발전 산업의 다단계 하도급 구조 속에서 안전관리 책임이 분산되는 현실을 이제는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위험작업 시 필요한 안전인력 확보와 설비 개선, 하청노동자 보호조치 강화 등 핵심 사항은 반드시 이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남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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