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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의 출판 혁명가, 알도 마누치오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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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5. 12. 02. 13:47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책 대중화 이끈 마누치오가 편찬한 책들 전시
'지리학'·'단테 지옥도' 등 마누치오 가문 3대의 희귀본 53점 한자리에
4-4. 알도 마누치오 초상화
알도 마누치오 초상화.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책이 귀족의 전유물이던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인쇄술이 발전하고 책이 시민의 일상 속으로 들어오면서, 르네상스는 비로소 완성됐다.

인천 송도의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이 이탈리아 출신 르네상스 시대의 출판 혁신가 알도 마누치오(1449~1515)를 조명하는 기획전 '천천히 서둘러라 : 알도 마누치오, 세상을 바꾼 위대한 출판인'을 열고 있다. '한국-이탈리아 상호 문화교류의 해'(2024~2025)와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전시는 마누치오의 출판 철학과 인쇄 혁신, 그리고 그의 가문이 남긴 인류의 지식 유산을 국내 최초로 총망라했다.

알도 마누치오는 인쇄술의 발명가 구텐베르크에 이어 근대 출판의 형태를 완성한 인물로 꼽힌다. 베네치아에 '알디네 인쇄소'를 설립하고, 휴대 가능한 '옥타보 판형'과 세계 최초의 '이탤릭체' 활자를 선보였다. 또한 세미콜론(;), 어퍼스트로피('), 쪽번호 등의 편집 기법을 정착시켜 오늘날 책의 기본 형식을 확립했다. 그의 출판물은 학문과 문학을 귀족과 성직자의 손에서 시민의 손으로 옮겨놓았고, 지식의 흐름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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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세계문자박물관 기획전 '천천히 서둘러라 : 알도 마누치오, 세상을 바꾼 위대한 출판인' 전경.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이번 전시는 로마 국립중앙도서관과 베네치아 국립마르차나도서관의 협력으로 성사됐다. 두 기관이 소장한 마누치오 가문 3대의 희귀본 53점이 한자리에 모였다.

대표작인 '지리학'(1482)은 고대 지리학자 프톨레마이오스의 저작을 르네상스식으로 재해석한 책으로, 이탈리아·프랑스·스페인·팔레스타인 지도 4점이 새롭게 추가된 역사적 판본이다.

세계 최초의 이탤릭체 인쇄본인 '시에나의 성녀 카타리나의 가장 경건한 편지'(1500), 단테의 '신곡'을 개정해 지옥의 구조를 세밀하게 묘사한 '단테 지옥도'(1515), 르네상스 디자인의 정수를 보여주는 '폴리필로의 꿈'(1499) 등도 국내에서 처음 공개됐다.

2-6. 단테 지옥도(신곡)
단테 지옥도(신곡).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이정연 국립세계문자박물관 학예사는 마누치오의 혁신을 현대의 기술 혁명에 비유한다. "학문 자료를 손안에 들고 다니게 하겠다는 그 생각 하나가 세상을 바꿨다"는 것이다. 그는 마누치오의 인쇄 혁신이 오늘날 아이폰을 만든 스티브 잡스의 발상과 닮아 있다고 설명했다. 휴대성에 주목해 누구나 책을 들고 다니는 시대를 연 점이 그렇다.

전시는 로마에서 베네치아로, 다시 로마로 이어지는 순환형 동선으로 구성돼 마누치오 가문의 출판 여정을 따라간다. '과거의 책'뿐 아니라 '미래의 책'도 함께 탐색할 수 있도록 민음사, 시공사, 태학사, 동아시아, 윌라 등 국내 23개 출판사가 협력한 북큐레이션 공간이 마련됐다.

관람객은 500여 권의 도서를 자유롭게 살펴보고, 전자책·오디오북 체험존에서 디지털 독서문화의 현재를 경험할 수 있다. 어린이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책갈피 만들기'와 '미니북 제작' 체험 프로그램도 상설 운영된다. 전시는 내년 1월 25일까지.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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