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늘리면 오히려 재판 폭주할 것
헌재, 재판소원 통해 사법부 통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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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겸 동국대 명예교수는 헌법학을 전공한 석학으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위원장,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제도개혁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아왔다. 이러한 경험은 김 교수가 사법개혁 논의에서 헌법적 가치와 국민 권리 보장을 최우선으로 삼게 한 배경이 됐다.
김 교수는 지난달 29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사법부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로서, 그 역할을 헌법에 따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지가 사법개혁의 핵심"이라며 "특정 정치세력을 위한 사법개혁은 '개혁'이란 이름을 붙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대법관 증원' 중심 사법개혁안, 상고심 적체 해소에 실효 있을지.
"대법관 숫자를 늘린다고 상고심 적체가 해결되진 않는다. 사법개혁의 핵심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신속·공정하게 보장할 제도 구축이지, 숫자 문제가 아니다. 대법관이 늘면 오히려 재판은 폭주한다. 사법부가 마비될 가능성이 있다. 오히려 지방 법원의 수를 늘리는 게 필요하다. 사안에 따라 3심제를 선택적으로 운영하고, 나머지는 2심제로 처리하며 재심 제도를 활용하면 된다. 대법관은 대법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기 때문에 정치권 입맛대로 인사될 우려가 크다. 그렇게 되면 헌법적 이념에도 맞지 않는다."
-재판소원제 도입 논의는 어떻게 보는지.
"재판 지연 해소를 위해 대법관 증원을 외치면서 재판소원을 도입하겠다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 있다. 재판소원은 법원을 불신하겠다는 전제다. 헌법재판소(헌재)가 사법부의 재판을 통제하게 되면 헌재가 사법부 상위기관이 된다. 이는 삼권분립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 독일은 헌재가 사법부에 속해 있어 가능하지만, 우리는 대법원이 사법부 최고기관이다. 일반 사건의 최종심은 대법원이어야지 헌재가 되면 안 된다. 국가권력 간의 다툼을 중재·해결해 국가·정치적 평화를 보장하는 게 헌재의 역할이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받는 최후의 보루는 대법원이 돼야 한다. 아울러 재판소원을 단순한 법률 개정으로 도입하게 되면 국가 조직 간 괴리가 생길 위험이 크다."
-법 왜곡죄·재판중지법 등 민주당의 사법개혁 법안들, 위헌 소지는 없을지.
"법 왜곡죄처럼 사법 판단을 형사처벌로 통제하겠다는 발상은 위험하다. 누가 법 왜곡을 판단할 것인가? 항소·상고 제도로 이미 오판 구제 절차가 있다. 사법부의 잘못된 법 적용을 처벌한다면 입법부가 법안을 잘못 만들거나 행정부가 법 집행을 잘못했을 때 처벌하는 법안도 만들어야 한다."
-입법부로부터 '사법권의 독립'을 보장할 수 있으려면.
"국가 자격이란 것은 결국 헌법에 따라야 한다. 18세기 프랑스 철학자 몽테스키외는 권력 분립의 원칙을 강조하며 입법권과 집행권, 사법권이 서로 견제와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핵심은 사법부를 완전히 정치로부터 배제된 독립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독립성을 위해선 법관의 임명이 핵심이다. 전적으로 사법부에서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대통령의 임명을 거치며, 국회에서 청문회를 한다. 견제만 있고 균형은 없다. 입법부는 사법·행정부를 탄핵할 수 있는데 입법부에 대한 견제권은 거의 없다. 사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국회의원이 범죄를 저질렀을 때뿐. 그 마저도 불체포 특권이나 면책 특권 등으로 절차가 굉장히 복잡하다. 균형이 안 맞는다. 개혁은 항상 있어 왔고 필요하다. 그러나 개혁의 목적이 무엇이냐에 따라 개악이 될 수 있고, 국가가 파괴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