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자력산업과 연계된 전략 변화 : 연료 및 원전 생태계 영향
- 제도적 과제 :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급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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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미국 국방장관인 피트 헤그세스 장관은 5일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SCM)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핵추진잠수함 도입 승인(재확인)했다"며 "미국 국무부·에너지부와 긴밀히 협력해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한·미 당국의 일련의 발표는 단순히 '언급' 수준을 넘어 전략적 전환점을 의미한다. 한국이 핵추진잠수함 건조에 필요한 원자로 설계·제작·무장통합 기술을 사실상 확보했고, 남은 핵심 변수가 '연료 공급'과 한미 원자력협정(NPT 체제 하) 틀에서의 제도적 정비라는 점이 분명해졌다.
△ 군사핵기술 자립의 진전 : 원자로·무장체계 확보
국방부 원종대 자원관리실장은 국무회의 보고에서 "원자로 탑재와 무장 체계 등 핵심기술은 이미 확보 중이며, 안전성 검증 단계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핵연료만 확보되면 우리 기술로 건조가 가능하다"는 표현도 나왔다.
즉, 한국의 조선·해군 잠수함 설계 역량, 원자력발전소 운영 경험, 방산 업체들의 무장통합 역량 등이 복합적으로 결합돼 '국산형 핵추진잠수함 프로젝트'가 단순 구상이 아닌 기술 · 정책 실행 단계로 이행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보고서에는 "2020년대 후반 건조 단계에 진입한다면 2030년대 중·후반 선도함(첫 함) 진수가 가능하다"는 문구까지 등장했다.
이처럼 기술 확보 국면이 공식화된 만큼 국방·조선·원자력 산업계에서는 '한국 K-잠'이라는 구호가 점차 현실감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 한미 공식 '지원 선언' : 미국의 전략적 수용
헤그세스 장관의 발언은 매우 상징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 재확인 → "한국이 더 강력해지는 것을 승인했다" → 미국 국무부·에너지부 협력 선언 등의 흐름은 한국을 동아시아 핵추진잠수함 도입 국가로 공식 인식했다는 신호다. 과거 미국이 핵추진잠수함 관련 기술이전을 매우 제한해왔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지원 선언은 미측 전략기조 변화 또한 함의하고 있다. 이는 한국이 단순 수혜국이 아니라 동맹 내 안보·방산 파트너로서의 위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장치로도 읽힌다.
△ 원자력산업과 연계된 전략 변화 : 연료 및 원전 생태계 영향
이번 핵추진잠수함 논의는 군사 차원을 넘어 국내 원자력·에너지 산업에도 파장이 크다. '핵연료 사용' 범위 확대, 농축우라늄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 논의가 그만큼 빨라졌다.
국내 26기 이상의 원전 운용과 함께 그간 해외 의존형 구조였던 우라늄 농축·재처리 체계가 '국가 핵심 전략 역량'으로 격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군사용 원자로가 민간용 SMR(소형모듈원자로) 기술과 상당 부분 공유된다는 점에서 원자력 생태계 전반이 탄력 받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 작전능력 강화와 전략적 변화 : 수중작전 '무제한' 가능성
핵추진잠수함이 단순히 '잠수함 하나 더 갖는다'는 의미를 넘어서면서 그 전략적 위상도 바뀌고 있다. 기존의 디젤·배터리형 잠수함이 잠항시간·속력·은닉성에서 한계를 가진 반면, 핵추진형은 수중에서 사실상 무제한 작전과 장기 은닉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문근식 전 핵추진잠수함 사업단장(현 대한민국잠수함연맹 부회장)은 "디젤 잠수함은 2~3주 후 충전 필요, 잠항이 제한되지만 핵잠은 6개월까지도 가능하며 속도와 은폐능력에서 확실한 우위"라고 지적했다.
이는 한반도 주변 바다뿐 아니라 해외 작전 영역 확대, 심해·원해(遠海) 작전 전환이라는 차원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군사·외교 모두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 제도적 과제 :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급물살
핵추진잠수함 및 그에 연결된 원자력·연료 기술 자립을 위해선 한미 원자력 협정(123협정)의 개정 또는 재해석이 필수적이다. 우리나라는 우라늄 20% 이상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에 사실상 제약을 받아 왔다.
이번 잠수함 추진은 단지 군사적 프로젝트가 아닌, 원자력 자립 및 산업생태계 전환이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협정 개정이 성공할 경우 우라늄 농축·재처리 권한 확대 → 원전 경쟁력 제고 → 방산·조선·원전 연계 산업 확대라는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 북한 대응 및 지역 안보재편
한편, 북한은 지난 3월 초 대형 핵추진잠수함을 공개하며 이미 '수중 핵무장 플랫폼' 임박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국이 핵추진잠수함 도입을 공식화할 경우 이는 북한 해양 전략에 대한 대응축을 확보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특히 한반도 인근에서 벌어지는 잠수함 기반의 정보·작전 패러다임은 기존보다 더 깊이 변화할 수밖에 없다. 한국이 핵추진잠수함을 갖는다면, 단순 방어를 넘어 억제·압박·원해작전까지 범위가 확대될 수 있으며 이는 동북아 안보지형의 재편을 예고한다.
△ 핵심 과제와 향후 전망
그러나 핵추진잠수함 사업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전문가들은 연료 확보 및 공급망 구축: 핵잠수함용 고농축우라늄의 안정적 확보가 가장 큰 변수로 분석하고 있다. 미국과의 협의 및 국제비확산체제(IAEA) 내 허용조건이 중요하다. 제도·외교 리스크: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미국 의회·정부부처(국무·에너지) 협의, 주변국(중국·일본·러시아)의 반발 가능성을 관리해야 한다. 산업 · 조선 생태계 정비: 핵잠수함 체계는 디젤형과 구조가 다르다. 건조비용·유지비용·인프라(드라이도크·공정시설) 확보 등이 관건이다. 운용·안전·환경관리: 핵추진잠수함은 원자로·방사선·폐연료 등에서 민감한 기술과 환경문제를 동반한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이 프로젝트를 통해 2030년대 중·후반 선도함 진수라는 목표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다만 이는 '승인 → 연료 → 건조 → 진수'라는 일련의 단계가 모두 순조롭게 진행될 때에 가능하다. 한국이 핵추진잠수함 사업에 본격 진입한 것은 단순한 함정 확보를 넘어 국방 전략, 원자력 산업, 국가 위상, 동아시아 안보 지형을 바꿀 잠재력을 갖는다. 기술적·외교적 과제가 적지 않지만, 현재의 흐름은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미 동맹이 설계한 이 '미래무기'가 실제로 한국 해군 전력의 한 축으로 자리잡을지, 주변국과의 역학관계 속에서 어떤 파장을 만들지 그다음이 한국 안보사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