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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간) AP·로이터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해양경찰청(MMEA)의 롬리 무스타파 제독은 전날 "미얀마 부티다웅을 출발한 약 300명의 이주민을 태운 선박이 침몰했다는 신고를 받고 수색·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7명이 숨지고 13명이 구조됐지만, 나머지 280여 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여서 대규모 인명 참사가 우려된다.
말레이시아 경찰 조사 결과 이번 참사는 이주민들을 상대로 위험한 밀입국을 알선하는 초국경 범죄 조직의 '죽음의 꼼수'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났다.
당국자에 따르면 이들은 처음에는 300명을 태운 대형 선박으로 이동했으나, 말레이시아 국경에 가까워지자 당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이주민들을 100명씩 3척의 작은 보트로 나눠 옮겨 태웠다.
이번에 침몰한 것은 이 3척의 보트 중 1척으로, 지난 6일경 태국 남부 타루타오섬 인근에서 전복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조류를 타고 일부 생존자와 시신이 8일부터 말레이시아 북부의 휴양지 랑카위섬 해안으로 떠밀려 오면서 비극적인 실상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말레이시아 해경은 지난 8일 생존자 10명과 여성 시신 1구를 발견한 데 이어, 9일에는 추가로 생존자 3명과 시신 6구를 수습했다고 밝혔다. 구조된 생존자는 미얀마인·로힝야족·방글라데시인 등이다.
더 큰 문제는 나머지 2척의 보트 행방이 묘연하다는 점이다. 말레이시아와 태국 당국은 나머지 200여 명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수색 범위를 넓히고 있지만, 생존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다.
이번 희생자들 대부분은 미얀마에서 수십 년간 극심한 박해를 받아온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이다. 불교 국가인 미얀마에서 이들은 시민권을 박탈당한 채 남아시아에서 온 불법 이주민으로 취급받으며 온갖 학대와 차별에 시달려왔다.
이 때문에 수많은 로힝야족이 목숨을 걸고 브로커에게 돈을 지불한 뒤 낡은 배에 몸을 싣고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로 향하는 위험한 여정에 오르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의 디오고 알칸타라 대변인은 이번 참사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올해에만 약 5200명의 로힝야 난민이 이 위험한 해상 여정에 나섰다. 이 중 거의 600명이 실종되거나 사망한 것으로 보고됐다"고 밝혔다. 그는 역내 국가 정부들이 이 같은 비극을 막기 위해 수색 및 구조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말레이시아는 과거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로힝야족을 수용해왔으나, 최근에는 대규모 난민 유입을 우려해 국경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1월에도 로힝야족 난민 300여 명을 태운 보트 2척의 입항을 거부한 바 있다. 현재 말레이시아에는 약 11만 7000여 명의 로힝야 난민이 UNHCR에 등록되어 있다.
롬리 무스타파 제독은 "위험한 바닷길을 이용해 이주민들을 착취하는 초국경 밀입국 조직이 갈수록 활개를 치고 있다"며 강력한 단속을 예고했다. 하지만 미얀마의 박해가 계속되는 한 '죽음의 바다'를 건너려는 로힝야족의 필사적인 탈출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