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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우리 아이만 뒤쳐질까”…불안이 만든 ‘수험생 집중력 향상제’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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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기자 | 박재연 인턴 기자

승인 : 2025. 11. 11. 19:10

수능 앞두고 관련 영양제 인기
온라인선 약국 정보 공유 활발
식약처 "집중력 효과, 과장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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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대치동 학원가 인근 약국. 수험생 영양제 광고가 걸려 있다. /박재연 인턴 기자
"대치동은 학원이 밀집한 곳이기에 수험생 부모님이 주 고객층이에요. 수능 때마다 집중력 높이는 약을 찾는 손님들도 늘어요"(서울 대치동 약사 A씨)

"매년 이맘때면 기억력 높이는 약 없냐는 문의가 쏟아져요. 그래서 미리 재고를 쌓아둬요."(서울 종로5가 약사 B씨)

11일 오전 8시 30분께 아시아투데이 취재진이 만난 약사들의 말이다. 수능이 다가올수록 학부모들의 '집중력 향상제', '기억력 영양제'를 찾는 문의가 급증하면서 약국 분위기가 들썩인다는 것이다.

실제로 취재진이 찾은 대치동 약국엔 '대치동 영양제 총출동', '수험생을 위한 강남 비타민 총집합'이라는 광고문구가 유리창을 도배하고 있었다. 약국에 들어서자 진열대엔 수험생용 보조제가 줄지었다. 심지어 한 약국은 한쪽에 '수험생 영양제 코너'를 따로 마련하기까지 했다.

종로5가 약국 거리도 비슷하다. 이날 오전 9시께 약국들은 문을 열면서 수험생 영양제를 문밖으로 꺼내 진열했다. 약사 B씨는 "원래 기억력 향상제를 한 달 치 단위로 묶어서 판매하는데 수능이 코 앞일 땐 많이 팔리곤 하니깐 낱개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온라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대치동 맘카페에는 '수능 전날 먹으면 집중 잘된다는 약 추천해달라', 'ADHD 약이 공부에 도움 된다더라'는 글이 게재되고 있다. 일부 게시 글에는 '수능 필수템', '집중력 향상 후기' 같은 광고성 문구가 붙어 판매로 연결되기도 한다. 특히 일부 제품들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약국 목록이 공유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른바 '집중력 향상제'는 실제 효과가 없거나 과장됐다고 지적한다. 이범진 아주대 약학과 교수는 "시중 약국에서 파는 '집중력 향상제'의 성분인 비타민B나 아미노산제는 몸의 피로를 줄여주는 보조제일 뿐, 집중력을 직접 높이는 약은 아니다"라며 "무리한 복용보다는 충분한 수면과 식사, 휴식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도 올해 '수험생 영양제' 등 허위·과장 광고 773건이나 적발했다. 상당수가 일반 식품을 건강기능식품으로 속이거나 '두뇌 활성·집중력 강화' 문구를 사용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수험생 영양제 판매는 수능을 앞둔 학부모와 수험생의 불안한 심리를 악용한 상술"이라며 "건강기능식품을 구매할 때에는 제품에 표시된 건강기능식품 인증마크와 기능성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훈 기자
박재연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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