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현금 4000억원 챙겼다
재무건정성 잡고 '스페셜티'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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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롯데케미칼은 최근 파키스탄 자회사 롯데케미칼파키스탄리미티드(LCPL) 지분 75%를 매각했다고 밝혔다. 총 매각대금은 980억 원이며,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6월 수취 완료한 3개년 배당금 296억 원을 포함해 총 1276억 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3월에도 일본 소재기업 레조낙 지분 4.9%을 매각해 1750억원을 확보한 바 있다. 회사가 올해 해외 자산을 정리해 얻은 현금만 약 4000억원에 이른다.
핵심은 유동성 확보를 통한 재무건전성 제고다. 롯데케미칼은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이 75.7%, 순차입금 비율 36%로 재무구조는 안정적이지만, 8개 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현금 창출 능력은 위태롭다.
실적부진이 장기화하며 지난해에는 유동성 위기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3년 평균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이자비용보다 5배 커야한다는 조건을 지키지 못해, 14개 회사채에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발생한 것이다. 이 경우 채권자들이 요구하는 즉시 빚을 갚아야 한다. 당시 롯데케미칼은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내놓으며 위기를 면하고, 인도네시아 법인 지분 스왑 계약으로 6500억원을 조달하는 등 다방면에서 현금 창출에 매진해왔다.
업계에선 이번 LCPL 매각을 끝으로 유동성 우려는 잠재웠다는 평이 나온다. 롯데케미칼은 확보한 자금을 사업체질 개선에 투입해 이익체력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스페셜티' 비중 확대가 관건이다. 롯데케미칼 자회사 롯데정밀화학은 연내 식의약용 셀룰로스 공장 증설에 790억원 투자를 완료하고 식의약 사업 매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동박 자회사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익산공장의 생산라인을 AI용 회로박 라인으로 전환하고 생산능력을 2028년까지 5.7배 확대할 예정이다.
중국발 저가물량공세로 수익성이 악화한 범용 제품의 설비는 성장시장 중심으로 재배치한다. 특히 국내에선 정부주도 NCC 통·폐합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HD현대케미칼에 대산석유화학단지의 NCC 운영권을 이관하는 구조조정안을 최근 정부에 제출했다.
LCPL이 매각 대상에 오른 것도 범용 소재인 테레프탈산(PTA)을 주로 생산하기 때문이다. 또 파키스탄은 현재 IMF 구제금융과 인도와의 분쟁 등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크다. 롯데케미칼이 중국 저가공세를 감내하며 현지 사업을 이어가기엔 경제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반면 성장 시장인 인도네시아에는 최근 대규모 석유화학단지인 롯데케미칼 인도네시아(LCI)를 준공하고 상업 가동에 들어갔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LCPL 매각으로 경영 불확실성을 완화하고 재무 건전성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면서 "석유화학 업황이 어렵지만 단기적인 대응에 그치지 않고 사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