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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달러 환율이 1,470대로 상승한 13일 서울 중구 명동 환전소에서 외국인들이 환전하고 있다. /연합 |
원화값이 달러에 비해서만 급락한 게 아니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유로화·위안화·스위스 프랑화 등 주요 통화에 모두 약세를 보이고 있다. 유로화 대비 원화는 장중 1708원도 돌파, 15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스위스 프랑화 대비 원화도 이날 장중 1847원을 넘어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환율은 예측하는 게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워낙 많아서 그렇다. 하지만 결국 환율도 수요와 공급이 결정하는 가격지수다. 원화값이 이렇게 급락하는 것은 달러를 구입하려는 수요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서학개미'로 대표되는 해외 증권투자 급증이 한 요인이다. 서학개미들이 올해 1월부터 이달 12일까지 미 주식을 순매수한 규모가 269억5740만 달러에 달한다. 지난 10월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역대 최대인 68억5499만 달러로, 같은 달 무역수지 흑자(60억5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인공지능(AI) 거품' 우려에도 불구하고 원화를 바꿔 미 증시에 투자하려는 국내 투자자들의 수요가 줄지 않고 있다. 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가 느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게다가 기업들은 해외에서 거둬들인 수익의 원화 환전을 주저하고 있다. 중장기적 원화 대비 달러화 강세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대미 관세협상 결과 매년 200억 달러씩 미 주도의 투자펀드에 투입해야 하는 점도 원화 약세 심리에 불을 붙였다.
하지만 최근 원화의 전방위적 약세는 일시적 수급 때문만이 아닌 듯하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높다. 위안화 대비 원화의 움직임이 이를 보여준다. 2010년 이래 170~180원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였던 위안화는 2022년 이후 190원대에 올라서더니 최근에는 207원을 넘어섰다. AI,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술, 우주항공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중국에 가격뿐 아니라 기술경쟁력에서도 밀리는 현실이 원화값 추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반도체 슈퍼사이클 도래로 외환보유고가 견조하게 늘어나는 데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우리 경제에 대한 강력한 경고 신호다. 반도체 호경기가 끝나고 나면 이를 대신한 대안이 없다는 데 대해 해외 투자자는 물론 국내 투자자들도 불안해한다. 정부는 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의제에 몰두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경제 전반의 체질을 개선해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구조개혁을 속도감 있게 실행하지 않으면 국가적 화를 당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