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 수험생 기다리며 '눈물 글썽'
수험생들 "홀가분한 기분…푹 자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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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진 13일 오후 서울 구로구 신도림고등학교(신도림고) 교문 앞에는 수험생들을 기다리는 가족과 친구들로 붐볐다. 장장 8시간을 넘는 시험을 치르고 나올 수험생을 기다리는 학부모들은 교문 안쪽으로 연신 고개를 돌렸다. 수험생들을 위한 꽃다발이나 피켓(판지)을 들고 휴대전화로 시간을 확인하는 이들도 여럿 보였다.
이날 아침 신도림고에 딸을 들여보낸 박원식씨(52)는 "집에서 기다리는 동안 내내 계속 마음이 불안했다"며 "잘 해오던 아이라 평소대로 하기를 바라는 중"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부모 된 마음으로 재수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가 결과에 힘들어 하지 않아야 한다. 당장은 딸이 먹고 싶다는 조개구이를 먹일 생각뿐"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근처에서 손녀를 기다리던 김영범씨(79)는 "좋은 대학 나왔다고 좋은 사람 되는 것이 아닌 듯 결과에 상관 없이 앞으로는 본인에게 달렸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같은 시간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경복고) 앞에도 수험생들을 기다리는 이들이 떨리는 표정으로 교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재수생 친구를 위해 꽃다발을 준비한 김아영씨(20)는 "끝나고 나오면 같이 저녁 먹기로 했는데, 그동안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이제 공부 끝났으니 같이 놀러 다니고 싶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자녀를 응원하기 위해 먼 발걸음을 한 이들도 있었다. 경상도에 거주하고 있는 박지택씨(49)는 "아들이 서울에 있는 자사고에 진학해 이곳에서 시험을 보게 됐다"며 "인생의 큰 일을 함께하기 위해 어제부터 상경했다"고 말했다. 이어 "잘 해주고 싶어도 부모로서 제대로 된 지원을 해줬는지는 모르겠다"며 "아들이 나오면 그저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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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재회한 수험생들은 비로소 긴장감으로 가득했던 표정을 풀고 응원해준 이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이들은 앞으로 가장 하고 싶은 것으로는 '숙면', '여행', '운전면허 취득' 등을 꼽았다. 신도림고에서 시험을 치른 관악고등학교 3학년 조수빈양(18)은 "옆에 계신 아빠에게 지원해줘서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며 "8시간이 너무 길고 힘들었다. 잠을 못 자서 일단 자고 싶다"고 말했다. 시험장인 경복고를 나선 김정연군(18)은 "아직 실감이 안 난다"며 "놀러 다니거나 집에서 쉬고 싶다"고 했다. 잇따라 나온 이원호군(18)은 "부모님께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감사하다'는 단어가 가장 맞는 것 같다"며 "내일은 당장 운전면허 학원에 등록할 예정"이라고 다짐했다.
수능이 끝났지만 일부 수험생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오는 15일을 시작으로 이달 말까지 주요 대학의 논술·실기 전형과 수시 면접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환일고등학교 3학년 엄모군(18)은 "시험이 길게 느껴지지는 않았다"라며 "이틀 뒤 면접이고 논술도 일주일 남아서 막바지 준비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서울공연예술고등학교 3학년 장수아양(18)도 "엄마에게 실기 잘 보겠다고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2026학년도 수능은 이날 오후 5시 45분께 제2외국어와 한문 과목을 끝으로 종료됐다. 올해 수능은 전국 85개 시험지구 1310개 시험장에서 치러졌다. 이번 수능 응시생은 55만4174명으로 2019년 이후 7년 만에 가장 많다. 성적 통지표는 오는 12월 5일 수험생에게 배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