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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핵잠 시대, 군사핵기술 자립의 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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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필현 국방전문기자

승인 : 2025. 11. 13. 22:42

- 한·미 핵추진잠수함 협력 공식화
- 원전 산업·연료주기·123협정 개정 ‘전략 대전환’
- 원자력산업과 연계된 전략 변화 : 연료 및 원전 생태계 영향
한국의 'K-핵잠(핵추진잠수함)' 시대가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이는 단순히 해군 전력 확충을 넘어 한국 원자력산업·연료주기 체계·국가 전략 구도의 근본적 전환을 촉발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한·미 국방·외교 당국이 지난 11월 초 "한국형 핵추진잠수함(K-SSN) 개발 협력"을 공식화하고,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핵잠 보유를 승인한다"고 밝히면서 그동안 '안개 속'에 머물던 핵잠 프로젝트는 외교·기술·법제를 동반한 국가 전략사업으로 급부상했다.
한국 국방부는 국무회의에서 "원자로·무장통합 등 핵심 기술 상당 부분을 이미 확보했다"고 보고했다. 이는 곧 군사 핵추진체계 자립의 초입 단계에 진입했다는 정부 차원의 첫 공식 확인이다.

△ 원자력산업과 연계된 전략 변화… '핵잠 → 원전 생태계 → 국가기술자립'
핵잠 사업의 본질은 군사 플랫폼이 아니라 연료주기·원전기술·조선·방산이 복합적으로 결합된 국가 전략분야라는 점이다.
핵잠 추진체의 핵심은 ▲소형모듈원자로(SMR), ▲냉각재 순환계통, ▲방사선 차폐·노심제어기술, ▲열교환·안전계통 등인데, 한국은 이미 SMART·APR1400 운영 경험과 KAERI·한수원·두산에너빌리티 등 원전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

전문가들은 "핵잠 개발은 곧 한국형 SMR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군사용 원자로는 고도의 연속 운전성·내충격 내구성·소형화라는 기술 요구를 갖는데, 이는 민간 SMR 기술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핵심 기술이다. 결과적으로 핵잠 개발 → SMR 고도화 → 원전 수출·연료주기 자립 → 전략기술 국가화라는 장기적 선순환 구조가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특히 우라늄 농축·재처리 권한 확보 여부는 한국 원전산업의 독자성 강화와 직결된다. 핵잠용 저농축 우라늄(LEU) 사용도 가능하지만, 고성능 추진체를 위해서는 중·고농축 우라늄 기술 확보 논의가 필연적으로 뒤따른다. 한 원자력 전문가는 "한국형 핵잠 시대는 단순한 무기사업이 아닌 국가 에너지·기술주권의 확장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 법·외교 장벽 ; 미 원자력법과 IAEA '이중 족쇄'
핵잠 개발의 가장 큰 장벽은 기술이 아니라 법과 외교다. 미국 원자력법(AEA) 123조는 미국과 원자력 협력을 원하는 국가가 반드시 체결해야 하는 기본협정이다. 현재 한·미 123협정은 한국의 ▲우라늄 20% 초과 농축 금지, ▲재처리(사용후핵연료 분리) 제한, 을 명시하고 있다. 핵추진잠수함은 '군사용 원자력'에 해당해, 미국 법상 가장 민감한 영역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 발언에도 실무적으로는 국무부, 에너지부(NNSA), 미 의회의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 여기에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비확산 규범이 겹친다. IAEA는 핵잠 원자로가 군사목적에 사용될 때 특별사찰 예외를 인정하지만, 이는 회원국과의 신뢰·투명성 협의가 전제다. 한국처럼 민간원전 비중이 높은 국가가 군사적 사용을 시작할 경우, IAEA는 연료·핵물질 이동 경로의 '완전한 분리'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한 전직 IAEA 요인은 "핵잠 원자로는 사찰 제외가 가능하지만, 연료가 핵무기 전용 가능성이 없는지 '제도적 보증'을 요구한다"며 "한국은 미국과 IAEA 양측의 승인이라는 이중 문턱을 넘어야 한다"고 했다.

△ 123협정 개정 '급물살'… 韓 전략적 지위 상승이 열쇠
한국이 핵잠을 현실화하려면 세 가지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① "123협정 개정"은 가장 정공법이다. 우라늄 농축·재처리·연료 공급에 관한 권한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정된다면, 한국은 일본에 준하는 '확장된 원자력 권한'을 보유하게 된다. 그러나 개정은 미국 의회 승인(상·하원)이라는 난제를 동반한다. ② "호주식 예외(AUKUS 모델) 적용"의 경우, 호주는 미국·영국과의 AUKUS 협정을 통해 핵잠을 허용받았다. 한국도 '동맹 기반 예외 적용'을 통해 미국 제공 연료 사용, 추적 불가 형태 연료봉 공급 등을 허용받는 방안이 거론된다. 그러나 이는 연료·원자로 설계의 자립성이 낮아지고, 장기적으로는 중국·러시아의 반발 가능성이 크다.
③ "한국형 비핵연료형 추진체(LEU 기반) 개발"의 경우 20% 이하 LEU 기반 추진체를 개발하면 협정 개정 없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이는 원자로 성능을 제한하고, 잠항 지속성과 출력에서 한계가 있다. 결국 핵잠의 전략적 목적인 ▲원해 작전, ▲지속잠항, ▲SLBM 플랫폼을 고려하면, 한국이 선택해야 하는 경로는 123협정의 '실질적 재해석 또는 개정'이란 결론이 나온다.

△ 한·미 협력이 '급물살' 타는 이유… 한국의 동맹 가치 상승
한국 핵잠 논의가 지금 갑자기 급속히 열리는 배경에는 적어도 국제정치적 변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첫째, "미국의 대중(對中) 해양전략"으로 미·일·필리핀 삼각 협력에서 한국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핵잠 보유는 인도·태평양 해양전력 구도에서 한국의 전략적 지위를 상향시키는 효과가 있다. 둘째, "한국의 원전·조선·방산 결합 능력"으로 미국이 신뢰할 수 있는 '민주주의 기술동맹국' 중 핵잠을 자체 건조할 수 있는 국가는 한국이 가장 유력하다. 세째, "북한의 SLBM·핵잠 개발 가속"의 경우, 한·미 모두 '한국의 핵잠 필요성'을 전례 없이 명확히 인식하게 된 배경이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헤그세스 발언은 단순 외교 제스처가 아니다"라며 "미국 내부에서 한국 핵잠 허용론이 실질적으로 검토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 핵잠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다… '기술·전략·외교'를 동시에 바꾸는 국가 프로젝트
핵잠은 군사력의 상징이 아니라 연료 기술, 원자력산업 생태계, 조선·방산 수직계열화, 한미동맹 구조, 동북아 안보 지형을 재편하는 국가적 전환점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한국이 2030년대 중·후반 'K-SSN 1번함' 진수를 실현하려면 "승인 → 연료 → 협정 → 건조 → 운용" 모든 단계가 동시에 진전해야 한다. 비확산 체제의 골간을 유지하면서도 한국의 기술 주권을 확대하는 절묘한 균형이 필요하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이렇게 말했다. "핵잠은 군사 장비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략주권의 시험대'입니다. 이 단계에 성공하면 한국은 단순한 중견국을 넘어 전략기술 강국으로 자리를 옮기게 됩니다."

△ "K-핵잠 시대, 이제 문이 열렸다"
한국의 핵잠 프로젝트는 기술적 실현 가능성, 원전 산업 기반, 조선·방산 역량을 모두 갖춘 국내 현실과 한·미 전략적 필요성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탄생하고 있다. 법·외교의 난관은 높지만, 지금이야말로 '핵잠 자립'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창(窓)이 열린 시기라는 평가다. 핵잠 시대의 도래는 곧 군사핵기술 자립의 진전이며, 이는 한국 안보사의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구필현 국방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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