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방 인수 등 사업 다각화로 성장
해운시장 침체에도 대한해운 인수
위험 딛고 SM그룹 위상 끌어올려
내부현금 활용한 M&A 철학 이목
재계선 '구조조정 전문가'로 정평
우오현 "기업 무조건 없애는 것보단 잘 살려서 다시 태어나게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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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우오현 SM그룹 회장의 인수합병(M&A) 신화가 다시 한번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2000년대 초반 이후 줄곧 '위기의 기업'을 인수해 되살리는 방식으로 그룹을 키워왔다. 단순한 외형 확장이라기보단 부실 속에서도 성장의 가능성을 찾아내는 '회생의 미학'을 실천해 왔다는 평가다.
◇"위기서 기회 보다"…뚝심의 M&A
13일 업계에 따르면 SM그룹의 M&A 역사는 2004년 중견 건설사 우방을 손에 넣으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6년 전인 1988년 우 회장은 삼라건설을 설립하며 그룹의 모태를 세웠지만, 단순히 건설사업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우 회장은 일찍이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는 신념 아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에 나섰다.
우방을 성공적으로 인수한 이후 SM그룹은 기세를 몰아 2005년 배터리 제조사 벡셀, 알루미늄 가공 전문기업 남선알미늄을 연달아 인수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했다. 이로써 건설·제조·소재 산업을 아우르는 그룹의 기본 골격이 갖춰지기 시작했다.
당시 업계 일각에선 '재무적 모험'이라는 평가가 있었지만, 우 회장은 특유의 현금흐름 관리 능력과 내부 통합을 통해 회사들을 흑자로 전환시켰다.
금액이 크진 않았지만, 효율적인 비용 구조와 조직 재건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했다.
이러한 경험은 대형 산업으로의 확장 기반이 됐다는 게 업계 평가다. 올해 기준 SM그룹의 계열사는 총 58개에 달한다.
◇바다로 눈 돌린 우오현…해운업 진출, 전환점
SM그룹의 M&A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전환점은 2010년대 초반의 해운업 진출이다.
우 회장은 지난 2013년 대한해운을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바다로 눈을 돌렸다. 당시 글로벌 해운 시장은 장기 침체기에 빠져있었던 상황이었다.
SM그룹은 TK케미칼 주도하에 그룹 계열사들이 컨소시엄을 꾸려, 대한해운의 신주와 회사채를 인수했다. 이후 200%가 넘는 부채비율을 꾸준히 줄여 지난해에는 100%까지 낮췄고, 올해는 82%로 건전한 재무 상태를 보이고 있다.
주요 경쟁사들이 부채비율이 200%를 웃도는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안정적인 수준이다.
대한해운 인수는 당시로선 리스크가 큰 결정이었지만, 결과적으로 SM그룹의 위상을 끌어올린 분기점이 됐다. 우 회장은 해운사업의 회생 과정에서 국내 화주들과의 장기 계약을 확대하고, 선대를 현대화했다.
이후 선박 건조, 자재 공급 등에서 동아건설산업과 벡셀, 남선알미늄 등 기존 계열사와 시너지도 강화됐다. SM상선은 한진해운이 남긴 미주노선 등까지 인수했다.
몸집을 불린 SM그룹은 지난 2017년 처음으로 공시대상기업집단에 47위로 편입됐다.
한 번도 어렵다는 인수합병을 잇따라 성공시키며 해운, 건설, 화학, 레저, 철강 등을 거느린 대기업 집단으로 성장한 것이다. 이후에도 재계 순위는 성장해 지난해 30위까지 올라섰다. 올해는 33위에 자리하고 있다.
◇일관된 철학…M&A 신화 만들어
SM그룹은 지난 2023년 국일제지 등 최근까지도 활발하게 인수합병을 진행해 오고 있다. 업계에선 우 회장의 독특한 M&A 철학에 집중하고 있다.
금융권 대출이나 외부 투자에 의존하기 보다는 내부 현금흐름으로 거래를 성사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문에 인수 후에도 재무 부담이 크지 않고 통합과정에서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 회장은 "기업은 한번 만드는 데 시간과 돈이 많이 드니 무조건 없애기보단 잘 살려서 다시 태어나도록 하는 게 낫다"고 강조해 왔다.
한 재계 관계자는 "우 회장은 오히려 꾸준한 구조조정 전문가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부 부실 계열사 리스크가 그룹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과제로 지적된다. 지배구조의 복잡성과 계열 간 내부거래 투명성 강화도 향후 풀어야 할 숙제다.
업계 관계자는 "우오현 회장의 M&A 전략에서 돋보이는 것 중 하나는 역시 장기적 안목"이라며 "꾸준한 M&A 행보가 오늘의 SM그룹을 만든 핵심 동력이었다"고 평가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