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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학 현장을 가다] 사람이 모여 배움이 자라는 학교, 신당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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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아름 기자 | 김기현 대학생 인턴 기자

승인 : 2025. 11. 21. 16:18

신당야학
지난 14일 유락종합사회복지관에서 신당야학 학생들이 교재를 보며 수업을 듣고 있다./ 사진 = 김기현 기자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11월. 고3 수험생은 아니지만 늦은 밤 공부에 열중하는 이들이 있다.
한때 멈췄던 배움의 시간을 다시 움직이기 위해 야학을 찾은 늦깎이 학생들이다.
학창 시절이 다시 재생되는 야학 현장을 찾아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하는 거야?"

지난 14일 저녁 방문한 서울 중구 신당동 유락종합사회복지관 신당 야학에는 영어가 어렵다며 푸념하는 60대 여학생의 목소리가 들렸다. 선생님이 미래시제와 현재진행형의 차이를 설명하자 다시 학생들은 이해가 안 됐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해하셨죠?" 수업이 끝나자 학생들은 아이처럼 웃으며 가방을 챙겼다.

불금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배움에 열중이었다.

집에 가면 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지만, 교실을 나서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학생들은 선생님과 함께 한참을 웃으며 복도 끝으로 향했다.

"오늘 스타일이 더 좋으신데요?" 선생님이 학생 한명 한명과 안부 인사를 나눈다. 저녁을 먹지 못했다는 선생님의 말에 한 학생이 뭐라도 사오겠다며 선생님을 걱정한다. "정말이에요. 안 사오셔도 괜찮아요." 선생님은 그냥 투정 부려본 것이라며 나갈 준비를 하는 학생을 말린다.

매주 금요일 진행되는 고등 국어 수업. 지난 시간 배운 윤동주 '참회록'을 복습하는 것으로 수업이 시작됐다. 야학 수업에서 중요한 것은 '반복'이다. 학습 공백이 존재하는 학생들의 특성상 수업 때마다 같은 내용을 수십 번 반복시킨다. 김민영(21) 교사는 "성인교육은 교육이 다른 교육에 비해 학습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같은 내용을 여러 번 반복하다 보면 학생들이 기억하는 때가 온다. 그 순간을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올해 중졸 검정고시에 합격한 명춘식(59) 씨는 이제 고졸 검정고시를 바라보고 있다. 그는 과거 집안 사정으로 초등학교까지 밖에 나오지 못한 것이 항상 아쉬워 직접 야학에 찾아왔다. '수학은 어렵지만 재미있다'고 말하는 어엿한 '학생'이 됐다. 3교대 근무로 야간 근무에 들어갈 때는 일주일씩 수업에 못 나올 때도 있지만, 직장에서도 시간이 될 때마다 책을 보는 '모범생'이다. 명 씨는 "친구들이 중·고등학교 다니는 걸 보면서 학교에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늘 마음에 자리 잡고 있었다"며, "지금은 학생이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의 최종 목표는 고졸 검정고시 합격을 넘어 대학 진학이다. 그 꿈에 한 걸음 다가가게 해주는 야학은 그에게 특별한 공간이다. 명 씨는 "야학은 저에게 있어 하나의 지식이라는 힘을 기르는 곳이다. 마치 세상을 얻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젊은 선생님들에게도 야학은 각별하다. 가르치면서 얻는 보람을 넘어 '집' 같은 존재다. 김 교사는 "상경한 선생님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서울에서 의지할 곳도 없고 답답했을 때 야학에서 학생과 동료 선생님을 만난 것 큰 힘이 됐다고 말한다"며 "야학은 사람 냄새가 나는 곳"이라고 말했다.

정아름 기자
김기현 대학생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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