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문 사장, 대표이사 및 정식 DX부문장 선임
'반도체 반등' 이끈 전영현 부회장도 DS부문장 유임
2인 대표 체제 복귀…"미래 도전과 경영 안정 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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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신화' 노태문 사장, 삼성전자 대표이사로
노태문 사장의 거취는 이날 인사 발표 직전까지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이재용의 남자', '갤럭시 신화', '최연소 승진' 등은 노 사장의 업무 역량과 그룹 내 입지를 대변하는 수식어로 통한다. 2020년부터 스마트폰 사업 수장인 MX사업부장을 맡아 온 노 사장은 올해 3월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의 별세로 공석이 된 DX부문장을 직무대행으로 겸직해왔다. DX부문은 올해 상반기까지 부침을 겪었던 DS부문을 대신해 '실적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올해 1~3분기 MX사업부의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00조3000억원, 11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9.7%, 영업이익은 29.4% 늘었다.
이에 노 사장의 부회장 승진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이 많았지만, 삼성전자는 노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직무대행 꼬리표를 뗐다.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정식 선임될 경우 현재 DS부문장을 맡고 있는 전영현 대표이사 부회장과 '2인 대표이사' 체제를 갖추게 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3월부터 8개월째 전 부회장 1인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 중이다. 회사 측은 "2인 대표이사 체제를 복원하고, 핵심 사업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하에서 경영안정을 도모하는 동시에 미래 기술을 선점하는 계기를 마련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노 사장은 후임에게 넘겨줄 것으로 예상됐던 MX사업부장 자리도 유지한다. 인사를 앞두고 올해 사장으로 승진한 최원준 MX사업부 개발실장 겸 COO(최고운영책임자)가 차기 MX사업부장으로 하마평에 오른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 사업이 최근에야 실적 회복 단계에 접어들었고, 가전 사업도 성장이 둔화하면서 스마트폰 사업의 중요성이 매우 커진 시점"이라며 "자타공인 스마트폰 전문가로 꼽히는 노 사장을 대체할 적임자를 찾기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밝혔다.
◆DS부문 '전영현 체제' 유지…기술 인재 영입 '눈길'
DS부문은 전영현 부회장이 그대로 지휘봉을 잡는다. 겸직 중인 메모리사업부장 자리도 이어간다. 대신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원장직은 뗐다. 전 부회장의 거취와 관련해 그간 암묵적으로 적용돼 왔던 삼성의 '65세 룰'이 적용될 경우 퇴진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자리를 지키면서 굳건한 입지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
전 부회장은 지난해 5월 사상 초유의 위기를 맞았던 DS부문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삼성 반도체 사업 재건'이라는 중책을 맡은 이후 조직 문화 쇄신과 기술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면서 DS부문의 반등을 이끌어냈다. DS부문은 전 부회장 체제에서 엔비디아 HBM3E 퀄 테스트 통과와 HBM4 공급망 진입, 테슬라향 대규모 파운드리 수주 등 메모리·비메모리 분야 모두 뚜렷한 성과를 냈다. 3분기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12조1661억원) 중 7조원을 DS부문이 담당했을 정도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 사업의 실적 개선과 신뢰 회복이라는 공로를 세운데다, 반도체 시장이 슈퍼 사이클에 진입한 만큼 전 부회장의 유임은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볼 수 있다"며 "SAIT 원장직을 넘기면서 반도체 사업에 보다 힘을 쏟을 여유가 생겼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전자는 전 부회장을 대신해 박홍근 미국 하버드대 석좌교수를 SAIT 원장(사장)으로 선임했다. 박 사장은 25년 이상 화학, 물리, 전자 등 기초과학과 공학 전반의 연구를 이끌어 온 글로벌 석학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박 사장은 나노 기술 전문성 및 학문 간 경계를 뛰어넘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양자컴퓨팅, 뉴로모픽반도체 등 미래 디바이스 연구를 주도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DX부문 CTO(최고기술책임자) 사장 겸 삼성리서치장으로 윤장현 삼성벤처투자 대표이사 부사장이 승진했다.
오일선 CXO연구소 소장은 "이번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는 '안정 속 변화'와 '기술의 삼성 강화'로 요약할 수 있다"며 "노태문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해 투톱 체제를 견고히 했고, 윤장현 사장이 CTO를 맡아 기술의 삼성을 강화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로 읽힌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