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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동의 우리들의 주거복지] 미래 주거복지 니즈 반영한 주택공급 방안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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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11. 27. 17:42

장용동
장용동 한국주거복지포럼 상임대표
주거는 삶을 담는 그릇이다. 또 지역사회는 개인별 주거 니즈를 엮어내는 공동체다. 주거가 삶이 아닌 오직 투자의 대상이나 가격으로 평가될 때 우리의 삶은 헝클어지고 지역사회는 쪼개져 갈등을 빚는다. 서울 강남이 부동산 갈등의 진원지이자 양극화의 핵심지역으로 지목된 이유도 삶보다는 가격이기 때문이다. 주택이 사회경제적 갈등을 초래하는 혐오적 대상이 된 것은 삶을 닮는 그릇을 외면한 채 유동화 상품이 된 탓이다. 이는 또 주택시장 안정에 근거를 둔 무분별한 주택 공급 우선 정책이 가져온 폐해이기도 하다. 주거격차 해소나 관련 서비스 니즈 등을 소홀히 한 채 매번 시장과 가격의 안정에 쫓겨 신도시 건설과 같은 급조된 공급 확대 정책이 시행되고 이로 인해 재차 서울과 수도권이 더 집중되는 것과 같은 과오를 범해온 것이다.

주거기본법을 통한 복지정책이 지난 10년 동안 본격화되면서 성과가 적지 않았다. 우선 최저 주거수준 미달 가구 등 주거 취약계층의 주거난 해소에 큰 역할을 해온 게 사실이다. 특히 공공임대 확대 공급과 전·월세 주거비 지원 등 다양한 지원책이 시행되고 이로 인해 많은 저소득층이나 청년, 신혼가구 등에 버팀목 역할을 해오고 있다. 예컨대 1인당 주거면적이 28.5㎡(2010년)에서 33.9㎡(2021년)로 증가하고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역시 10.6%에서 4.5%로 낮아지는 성과를 가져왔다. 그만큼 열악한 주거환경이 개선된 것이다. 장기공공임대주택 재고가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지난 2012년 93만1000호 수준에서 2021년 173만7000호로 증가해 재고 비율이 8%대를 넘어섰다. 여기에 취약계층의 주거비 지원과 전월세난 해소 및 자가 주택 매입을 위한 금융지원, 기타 노후주택 개량 지원 등의 다양한 주거복지정책 등도 공공 주거복지의 대표적 성과로 인식된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향후 주거복지정책의 방향 전환과 함께 보다 미래 주거환경을 감안한 세심한 니즈 중심의 개편이 불가피하다. 우선 저출산을 비롯해 인구 감소, 고령화, 1~2인 가구 증가, 이주 인구 증가 등 사회경제적 여건 변화에 대응한 주거복지정책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국토 공간, 환경 및 주거문화 역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도시지역 인구 비율이 90%대에서 정체된 가운데 도시권에서는 신·구도심, 전국 차원에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하는 추세다. 지방소멸이 가속화되는 반면 수도권 집중은 더욱 심화하는 이른바 국토공간의 양극화는 국가적 과제가 되고 있다.

시장 안정을 위한 수도권의 주택 공급이 당장 화급한 해결과제이나 이러한 맥락 속에서 향후 주거복지정책의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극심해지는 국토 양극화 해소 차원에서 보면 인구 흡인력이 강한 산업의 재편까지 고려되어야 한다. 지역권은 시골 장터까지 폐쇄될 정도로 이미 인구가 줄고 고령화가 진행 중이며 경제력 역시 피폐해진 상태다. 이에 대한 근본적 대책 없이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 건설은 지방소멸은 물론 주거격차를 더욱 확대하는 역행적 결과를 낳을 게 분명하다. 지역 개발의 시범 사례로 들 수 있는 세종시의 인구 흡인력과 도시 활력을 보듯이 지역 맞춤형 주택 공급을 통한 협력체계 구축 역시 절대 필요하다.

아울러 주거수준 향상과 주거비 부담 완화에 대응한 수요 맞춤형 주택 공급 대안이 도출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그동안 큰 효과를 가져온 공공임대주택의 지속적 공급과 더불어 운영관리 체계의 대대적 개선과 촘촘한 재고 관리가 전제되어야 한다. 공공임대가 자가 주택이라는 잘못된 인식뿐만 아니라 입주 대기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한 공급 확대 정책은 실효성이 반감될 수밖에 없다. 수요와 공급자 측면에서 모두 실효성이 인증된 매입임대 주택의 확대 공급 외에 더 세밀한 매입 전략이 요구된다. 지역 수요에 걸맞은 매입임대 패턴 개발과 주거 서비스 제공이 전제된 거점 방식의 운영관리 등이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주택시장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민간 부문의 주택정책 역시 주거복지 차원에서의 변화가 요구된다. 예컨대 과잉 공급에 대한 통제와 더불어 요람에서 무덤까지 서비스가 전제된 주택공급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모든 계층의 다양한 생활 서비스는 물론 단지 내에서 케어가 가능하도록 AIC(Aging In Community)형 서비스 체계 구축을 위한 설계가 단지 조성, 공동주택 건설에서부터 전제되도록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육아에서 고령 노인층까지 단지 내에서 서비스가 제공되는 새로운 이미지의 주택과 주거시설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합리적 주거복지는 투자 대상을 늘려주는 단순한 주택 공급이 아니라 수요 맞춤형 주거 사다리를 제공하면서도 수요 기반형 주거 서비스와 촘촘한 주거 안전망을 선행적으로 갖춘 살기 좋은 커뮤니티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

장용동 한국주거복지포럼 상임대표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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