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공연가에 빠질 수 없는 작품들이 올해도 무대에 오른다. 차이콥스키의 발레 '호두까기인형'과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그리고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다. 매년 연말이면 극장을 찾는 관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는 이 작품들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문화 행사로 자리 잡았다.
E.T.A 호프만의 동화를 바탕으로 한 '호두까기인형'은 크리스마스이브 밤, 소녀가 선물 받은 인형과 함께 꿈속 여행을 떠나는 환상적인 이야기다. 1892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첫선을 보인 이후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속의 미녀'와 더불어 차이콥스키 3대 발레의 반열에 올랐다.
유니버설발레단 호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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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 중 한 장면. /유니버설발레단
◇ 국내외 발레단 총출동…'호두까기인형'
국립발레단은 오는 13일부터 25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을 펼친다. 이번 무대는 지난 5월 세상을 떠난 유리 그리고로비치의 작품으로 꾸며진다. 1966년 볼쇼이발레단 초연작인 이 버전은 아동용 원작과 달리 어른 관객을 겨냥한 고난도 안무와 독특한 캐릭터 해석이 돋보인다. 목각인형 대신 실제 무용수가 호두까기인형 역할을 소화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박슬기, 조연재를 비롯한 수석 무용수들이 총출동하며,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오는 17일부터 2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를 꾸민다. 마린스키발레단의 바실리 바이노넨 안무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러시아 황실 발레의 우아함과 화려함을 간직하고 있다. 지난 4년간 15만 명이 관람하며 흥행을 이어온 이 공연은 올해도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강미선, 홍향기 등 7개 팀이 주역을 맡으며, 코리아쿱오케스트라가 전 회차 라이브 연주를 선사한다.
서울발레시어터와 와이즈발레단도 각자의 색깔을 담은 작품을 선보인다. 서울발레시어터는 오는 5∼6일 제주 서귀포예술의전당에서 마리우스 프티파·레프 이바노프 버전을 선보인다. 이어 의정부예술의전당(12∼13일), 서울 마포아트센터(18∼21일), 평택 남부문화예술회관(25일) 무대에 오른다. 와이즈발레단은 비보이와 탭댄스 등 현대적 요소를 가미해 원작에 없던 장면을 추가했다. 하남문화예술회관(5∼7일), 공주문예회관(13∼14일), 화성아트홀(20일), 나루아트센터(28∼31일)에서 공연한다.
서울시립교향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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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교향악단. /서울시립교향악단
◇ 평화의 메시지 담은 베토벤 '합창'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은 1918년 독일에서 전쟁 종식을 기념하며 연주된 이후, 해마다 연말 평화를 염원하는 무대의 상징이 됐다. 국내에서는 2008년 정명훈이 서울시립교향악단을 이끌며 연말 무대에 올린 뒤 하나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서울시향은 오는 18일과 19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얍 판 츠베덴의 지휘로 공연한다. 소프라노 서선영, 테너 김우경 등 성악가들과 고양·성남시립합창단이 함께한다.
KBS교향악단은 정명훈의 지휘 아래 24일 고양아람누리를 시작으로 예술의전당, 세종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등 네 곳에서 무대를 가진다. 소프라노 최지은, 바리톤 김기훈 등이 출연하며 고양시립합창단과 서울모테트합창단이 협연한다.
얍 판 츠베덴 서울시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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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얍 판 츠베덴. /서울시립교향악단
◇ '할렐루야'의 감동…헨델의 '메시아'
헨델의 '메시아'는 1741년 제작돼 이듬해 아일랜드에서 초연된 오라토리오다. 오라토리오는 무대 연기 없이 합창·독창·관현악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종교극이다. 예수의 탄생과 죽음을 담았기 때문에 성탄 시즌을 앞두고 연말의 대표작으로 자리 잡았다.
서울시합창단이 연말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 잡은 헨델의 '메시아'를 4일 롯데콘서트홀에서 공연하며 올해도 조기 매진을 기록했다. 이 밖에도 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서울모테트합창단, 10일 KBS홀에서 서울오라토리오, 1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국립합창단이 같은 작품을 선보이는 등 연말 '메시아' 공연이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