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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영화계 7대뉴스](上) 생존 기로 내몰린 韓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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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기자

승인 : 2025. 12. 01. 12:01

年관객수 1억명 시대 붕괴 가능성↑…21년만에 처음
롯데·메가박스 합병 선언…생존 위한 합종연횡 돌입
박찬욱 '어쩔수가없다', 위기의 한국 영화 체면 살려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롯데시네마(왼쪽 사진)와 메가박스를 각각 운영중인 롯데컬쳐웍스와 메가박스중앙이 지난 5월 합병을 선언하는 등 불황을 이겨내기 위한 업체들의 합종연횡이 올 한해 본격화됐다./연합뉴스·제공=롯데시네마
올 한해 만나는 영화인들마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내뱉은 한마디는 "요즘처럼 힘든 적이 없었다"였다. 이들 중 '광해, 왕이 된 남자'와 '신과 함께' 1·2편 등 세 편의 1000만 흥행작을 제작해 '미다스의 손'으로 널리 인정받았으나, 지난 여름 '전지적 독자 시점'의 흥행 실패를 겪은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은지 30년째인데, 가장 어려운 시기인 것 같다"며 짙은 한숨을 내쉬었다. 관객수 급감과 투자 위축으로 고사 직전에 내몰린 와중에도 생존 해법을 찾아 몸부림친 2025년 한국 영화계 안팎의 주요 사건들을 7개의 뉴스로 정리해 먼저 3개를 소개한다.

▲연간 관객수 1억명 시대의 붕괴 = 지난주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25년 10월 한국 영화산업 결산' 자료에 따르면 올해 1~10월 누적 관객수는 8503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5%(1810만명) 줄었다. 이 추세라면 코로나19가 휩쓸었던 2020년과 2021년을 제외하고 2004년 이후 21년만에 연간 관객수가 1억명 미만으로 내려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국 영화 누적 관객수의 감소 폭은 더 크다. 같은 기간 4070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7%(2064만명)나 쪼그라들었다. 일례로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이었던 2020~2021년을 빼고 2012년부터 매년 한 두 편씩 배출됐던 1000만 흥행작도 올해는 자취를 감췄다. 한 제작자는 "경기 불황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등장으로 인한 관람 문화의 변화가 지금의 위기를 몰고 왔다"면서 "대기업 위주로 돌아갔던 한국 영화 산업의 구조 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듯한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살림은 줄이면서 합치고, 식구는 내보낸다 = 복합상영관과 투자·배급사를 운영중인 롯데컬쳐웍스와 메가박스중앙은 지난 5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합병을 선언했다.

합병 배경에 대해 두 회사는 극장·영화 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지속성을 확보하고 각사가 확보한 지식재산권(IP)과 제작 노하우를 활용해 신규 콘텐츠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진짜 목적이 덩치를 줄인 뒤 외부 자본을 끌어와 당장의 경영 위기를 벗어나려 하는데 있다는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여겨진다.

연장선상에서 롯데컬쳐웍스는 롯데시네마 지점 축소와 희망퇴직 실시를 병행하며 강도 높은 '다이어트'에 돌입했고, 메가박스중앙도 한때 본사 사무실이 있었던 성수점 등 올 한해에만 지점 5곳의 문을 닫았다. 극장 업계 '맏형'인 CJ CGV 역시 영화 마니아들의 아지트였던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점 등 무려 12개 지점의 간판을 내리고, 5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친 희망퇴직으로 인력을 감축하는 등 덩치를 줄였다.

박찬욱 감독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가 제82회 베네치아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한국 영화로는 13년만에 초청받아, 질적 후퇴까지 거듭하던 한국 영화의 자존심을 세웠다. 사진은 박 감독이 지난 8월 2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리도섬에서 열린 영화제 포토콜 행사에서 자신을 촬영하는 취재진의 모습을 거꾸로 렌즈에 담고 있는 모습./EPA·연합뉴스
▲그나마 박찬욱이 있어 다행 =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가 양적·질적 후퇴에 시달리던 한국 영화의 체면을 살렸다. 실직 가장의 재취업 투쟁을 블랙 코미디로 그려낸 이 영화는지난 8월 말 개막한 제82회 베네치아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한국 영화로는 13년만에 초청받고 유수의 해외 영회제에서 7개의 트로피를 쓸어담는 성과를 거뒀다. 국내 상영에서도 290만 관객을 동원해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준수한 흥행 성적를 기록했다.

앞서 한국 영화는 지난 5월 열린 제78회 칸 국제영화제 공식·비공식 부문에 단 한 편의 장편도 초청받지 못했다. 한국 장편 영화가 이처럼 칸의 전 섹션에서 단 한 편도 상영되지 않기는 1999년 이후 26년만으로, 산업적 위기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현 주소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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