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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종 종정 운경스님 2025 동안거 법어 “마음이 모든 법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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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중 기자

승인 : 2025. 12. 01. 00:32

12월 4일 동안거 결제일 앞서 법어 발표
태고종 종정 운경스님
한국불교태고종 종정 운경스님./제공=태고종
한국불교태고종 종정 운경스님이 을사(2025)년 동안거 결제일인 12월 4일(음력 10월 보름)을 앞두고 내린 법어에서 "마음이 모든 법의 뿌리"라며 정진을 당부했다.

1일 태고종에 따르면 운경스님은 "오늘의 세상은 혼탁하고 변동이 심한 만큼 이럴 때 수행대중의 한 생각이 곧 세간을 밝히는 등불이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스님은 "안거는 세속의 분주함을 멀리하려는 피정의 시간이 아니라 본래성품을 밝히기 위해 보다 깊이 뛰어드는 결단의 순간"이라며 "허망한 분별과 망상을 녹여내 무명의 어둠을 걷어내야 한다"며 정진을 당부했다.

다음은 운경스님의 2025년 동안거 결제 법어 전문이다.

冬嚴一念起(동엄일념기)

雪路步禪行(설로보선행)

願斷群迷惑(원단군미혹)

同證本來明(동증본래명)

혹한의 겨울 속에서 한 생각 서원을 일으키니

눈 덮인 길을 걷는 그것이 바로 선이다.

온갖 미혹과 어둠을 끊어낼 것을 서원하니,

모든 존재가 본래 밝음을 증득하기를 바라노라.

해마다 찾아오는 차가운 겨울, 수행대중이 다시 한 번 삼보 앞에 몸과 마음을 모아 동안거 결제를 맞이하니, 참으로 장구한 불조의 혜명이 이어지는 장엄한 순간입니다.

안거는 세속의 분주함을 멀리하려는 피정(避靜)의 시간이 아니라, 스스로의 본래성품을 밝히기 위해 보다 깊이 뛰어드는 결단의 순간입니다. 수행자는 이 시기에 비로소 본래마음과 마주하고, 허망한 분별과 망상을 녹여내어 무명(無明)의 어둠을 걷어내야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마음이 곧 모든 법의 뿌리"라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안거 수행은 밖에서 무엇을 구하는 일이 아니라, 마음의 주인이 되는 근본의 길입니다. 좌선의 침묵 속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번뇌 하나를 꿰뚫어 보고, 들숨과 날숨 사이에 드러나는 진실한 자성을 관조할 때, 비로소 수행자는 유정 무정의 법문을 체득하게 됩니다. 성성(惺惺)하면서 적적(寂寂)한 그 자리, 바로 그 자리가 부처님께서 가리키신 참된 해탈의 문입니다.

오늘의 세상은 혼탁하고 변동이 심하여, 사람들의 마음 또한 쉼을 잃고 헤매기 쉽습니다. 이럴 때 수행대중의 한 생각이 곧 세간을 밝히는 등불이 되어야 합니다.

이번 동안거는 단순한 정진에 머물러 있어선 안 됩니다. 수행자는 깊은 선정 속에서 지혜를 밝히고, 그 지혜는 다시 중생을 향한 실천으로 흘러가야 합니다. 태고종의 수행전통은 옛조사들이 추구했던 그대로 고요 속에서 지혜를 얻고, 지혜를 바탕으로 자비행을 펼치는 길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시회대중에게 이릅니다.

결제에 임하는 오늘 이 순간이 바로 성불의 관문입니다. 혹한의 바람이 아무리 매서워도 수행자의 마음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차가운 기운 속에서 더욱 단단히 결심하고, 어둠 속에서 더욱 밝게 보리심을 일으키는 것이 수행자의 걸음입니다. 부디 이번 동안거가 각자의 번뇌를 녹이고, 온 세상을 밝히는 수행의 근기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香霧寒林開覺路(향무한림개각로)

心燈夜寂照眞空(심등야적조진공)

향기로운 안개가 겨울 숲에 드리워지니 깨달음의 길이 열리고,

고요한 밤 마음의 등불이 켜져 참된 공성을 비추도다. 乭

불기 2569(2025)년 12월 4일(음력 10월 보름)

한국불교태고종 종정 운경
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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